장내 곰팡이 '바글바글', 코로나19 위중증 부른다?
칸디드 알비칸스 등 3종의 곰팡이에 대한 항체 4배나 많이 발견돼
장내 곰팡이(진균)가 너무 많아지는 것이 코로나19 위중중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라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네이처 면역학(Nature lmmunology)》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수조 개의 미생물이 우리 몸 안팎에 서식하며 음식물의 소화를 돕고 유해한 병원균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체내 미생물의 총합을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의 대부분은 세균(박테리아)로 구성돼 있다. 이와 별도로 체내 곰팡이의 총합을 뜻하는 마이코바이오타(mycobiota)도 면역 체계와 상호 작용한다는 여러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 웨일 코넬 의대(코넬대 의대)의 일리안 일리예프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코로나19와 마이코바이오타의 연관성 조사를 위해 2020년 이 질병으로 입원한 91명의 혈액을 검사했다. 이들 중 거의 4분의 3이 분당 6리터 이상의 산소 보충제를 투여받거나 기계호흡기를 사용하는 위중증 환자였으며, 나머지 4분의 1은 중등도 또는 경증 환자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양성 판정을 받은 적이 없는 36명과 비교했을 때 위중증 환자는 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3가지 곰팡이 종에 대한 항체가 약 4배 더 많이 있었다. 그 중에는 칸디다 알비칸스라는 효모양진균(효모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진균)이 포함됐다.
항체 유병률이 높다는 것은 이러한 사람들이 해당 곰팡이의 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1년 초 코로나19 환자 10명으로부터 채취한 대변 샘플에서도 건강한 사람 10명에 비해 장내 곰팡이, 특히 칸디다 종의 수치가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람들의 경우 칸디다 종 진균의 풍부함은 질병의 중증도와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특히 칸디다 알비칸스의 존재가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의 일부에서는 혈중 칸디다 알비칸스에 대한 항체 수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호중구의 수와 관련이 있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에게서 추출한 칸디다 알비킨스를 쥐에 감염시킨 뒤 SARS-CoV-2에 감염시켰을 때, SARS-CoV-2에만 감염시킨 쥐보다 더 많은 호중구가 동물의 폐에 침입하여 염증 반응을 활성화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 쥐에게 항진균제를 투여하자 호중구의 수와 활동이 감소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질병에서 회복된 후에도 곰팡이에 대항하기 위해 준비된 호중구 전구체와 칸디다 알비칸스에 대한 항체 수치가 계속 증가했으며, 일부 사람의 경우 최대 1년 후에도 항체 수치가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 이는 SARS-CoV-2 감염 중 마이코바이오타의 변화가 장기 코로나19(롱 코비드)와 관련된 염증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논문을 검토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의 아란 싱가나야감 교수(호흡기 면역학)는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인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이 있지만 장이나 폐의 미생물 불균형에 그 원인 있다는 이론에 무게를 더해주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코로나19 감염자에서 관찰된 장내 마이코바이오타의 변화가 질병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이전에 이미 감염돼 사람들이 더 취약해진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에 동의하며 향후 연구에서 관련 메커니즘에 대해 더 많은 것이 밝혀지면 기존의 항진균 치료법이 코로나19 환자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일리예프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매우 다양한 질병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생물학적 유형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0-023-01637-4)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