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뇌종양, 바흐의 백내장... '위대한 투병' 어떻게 세계 바꿨나?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위인 질병 통한 생로병사 고찰
"부스럼은 가엾은 마르크스를 가장 괴롭힌 질환이다. 그가 보낸 편지 곳곳에 부스럼 때문에 겪은 고통이 구구절절 드러난다. 마흔 중반 들어 발에 나기 시작한 부스럼이 등으로 옮아갔다가 뺨으로, 다시 등으로 되돌아왔다. ‘두더지 잡기’처럼 짜증나게 힘들었을까? 결국 부스럼은 겨드랑이, 허벅지, 사타구니, 항문 주위로 번져 그의 온몸을 지배했다. ‘공산당 선언’에서 배회하는 ‘유령’처럼! ‘주먹 크기’로 부푼 부스럼에 좌절한 마르크스는 스스로 면도칼을 들고 부스럼을 찌르거나 도려내기도 했다."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부스럼에 시달린 마르크스-
생로병사를 피해갈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아무리 훌륭한 위인이라고 할 지라도. 위대한 인물들의 투병기를 담은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들녘)'는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쉽게 지나쳐 온 사실에 주목한다.
낯익은 이름들 속에 낯선 이야기가 가득하다. 면도칼로 스스로 상처를 도려내기도 했던 마르크스부터 수많은 지성인들의 뮤즈였으나 유방암으로 가슴을 절제해야 했던 루 살로메, 관절염으로 고통받았던 가우디, 당뇨에 시달렸던 폴 세잔, 동맥류를 앓았던 아인슈타인까지. 위대한 성취 뒤 가려져 있던 고통의 이면을 쉽고도 흥미진진하게 풀었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살짝 비튼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책은 병을 통한 '삶의 성찰'에도 주목한다. '병(病)'이라는 색다른 렌즈를 통해 위인들의 인생 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의외로 색다른 경험이다.
평범한 이들은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성취를 이뤄냈던 이들도 결국 고혈압, 당뇨, 스트레스, 피부병 등의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병 속에서도 믿을 수 없는 성취를 만들어내거나 병을 통해서 비범한 통찰을 얻어낸 이들의 인생사 속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여러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병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죽을 것이라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게 했다.
'그대의 몸은 그대의 철학보다 더 많은 지혜를 품고 있다’는 니체의 말처럼 병은 고쳐야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찰해야 하는 어떤 것일 수 있다는 통찰이다.
각 인물의 에피소드는 원고지 2매 정도지만, 글들이 헐겁지 않아 여운이 길다. 중이염으로 ‘불행한 왕자’ 오스카 와일드, Hungry’와 ‘Foolish’로 고집 부린 스티브 잡스, 자신의 장례식에도 지각한 엘리자베스 테일러, 유방암에 맞서 ‘달콤한 인생’ 즐긴 잉그리드 버그만 등 생전 위인의 업적이나 유명 작품과 질병을 연결한 제목들을 읽는 맛도 쏠쏠하다. 각 질병에 대한 간단한 소개 및 의학(의약) 정보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초대 한국과학기자협회장을 지낸 이찬휘 기자와 (주)테크업 대표를 맡고 있는 허두영 과학전문기자가가 글쓰는 과학자 강지희와 함께 쓴 책의 일부는 코메디닷컴의 고정 코너인 '위대한 투병'을 통해 소개되면서 독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다.
좋은글 입니다.마음먹기에 달려있죠.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