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목표주가 하향…GC녹십자에 무슨 일이?
증권업계에서 연이어 GC녹십자의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지난 8월 12만원 선까지 올라가던 주가는 최근 9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2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녹십자 3분기 매출액은 4596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영업이익 추정치는 356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7.3%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를 제외한 5대 제약사가 3분기 모두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녹십자의 부진한 성적표가 더욱 도드라지는 모양새다.
녹십자의 사업부문 중 ‘의약품 등 제조 및 판매’는 크게 5가지로 나뉜다. 혈액제제, 일반의약품, 일반제제, 백신제제, 기타 항목이 포함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혈액제제류로 올해 2분기 기준 매출의 26%를 차지한다. 이어 일반제제류(24.3%), 백신제재 (15.9%) 순으로 기업의 이익을 견인하고 있다.
녹십자의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일반제제에 포함되는 헌터라제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헌터라제는 골격 이상, 지능 저하 등을 발생하게 하는 X염색체 열성 유전성 질환인 헌터증후군의 치료제다. 녹십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했다. 헌터라제 매출액은 2020년 450억원, 2021년 530억원, 지난해 718억으로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올해는 수출 부진으로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정재원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중동 지역의 분쟁 등으로 고수익성의 헌터라제 매출이 감소되면서 아쉬운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정학적 이슈 외에도 환율로 인해 헌터라제 판가할인을 요청하면서 구매력이 약화된 상황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백신 경쟁이 다시 시작된 상황도 녹십자에겐 부담 요소다. 녹십자는 2020년까지 SK바이오사이언스와 백신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에 집중하겠다며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 공급을 중단했다. 이 틈을 타 녹십자가 백신시장 1위를 차지하게 됐다.
다만 녹십자의 독주 무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복귀해 독감백신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올해 독감 국가예방접종 지원 사업에서 2021년과 지난해 각각 400만 도즈, 497만 도즈를 공급 계약했던 녹십자의 공급물량은 전년 대비 64.9% 감소한 174만 도즈다. 물량으로 봤을 때 낙찰 기업 6곳 중 4위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가장 많은 물량(242만 도즈) 계약해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뤘다.
일각에서는 녹십자의 일반의약품 분야가 경쟁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녹십자 OTC 매출은 2021년(53기) 1740억원에서 지난해 1424억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매출액은 580억원에 불과하다. 녹십자가 생산하는 일반의약품에는 제놀, 탁센, 비맥스 등이 있다.
다행인 것은 녹십자의 내년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내년 초 면역글로블린 IVIG SN 10%의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VIG SN10%는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으로 선천성 면역결핍증과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에 투약해 면역기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2017년 국내에서 IVIG SN 10%를 출시한 녹십자는 2021년 2월 미국에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코로나 19로 현장실사가 연기되는 등 부침을 겪은 바 있다. 허가 시 녹십자는 내년 미국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브랜드명은 ‘Alyglo’다.
녹십자에 따르면 미국 내 면역글로불린 시장 규모는 약 12.5조원에 달한다. 시장 규모가 큰 편. 아울러 혈액제제는 생산자가 매우 제한적이라 공급 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품목 허가가 승인될 경우 녹십자가 실적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다만 올해까지 실적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녹십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두고 2005년 이후 최저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녹십자 3분기 실적발표일은 다음달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