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만 봐도 보여요”…치매 올지 안 올지

방향감각 나빠지고 걷는 속도 느려지면 치매 징후일 수 있어

걷는 방식에 변화가 생기는 것도 치매의 가장 흔한 유형인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균 수명이 길어지며 치매 걱정도 늘었다. 치매는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상 증후군을 말한다. 기억력 저하, 언어 장애, 시공간 파악 능력 저하, 계산능력 저하, 성격과 감정의 변화 등 잘 알려진 증상들도 있지만 그보다 덜 알려진 증상들도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걷는 방식에 변화가 생기는 것도 치매의 가장 흔한 유형인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 과학자들이 걷기 습관 변화가 치매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고 제안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 정신과전문의 길 리빙스턴 교수는 “걷기가 많은 사고를 필요로 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말했다. 리빙스턴 교수의 말에 의하면, 걸음을 걸을 때 우리는 단지 걷기만 하는 게 아니다. 피해야 할 것들을 파악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지 생각하며, 동시에 균형을 유지하는 일도 해야 한다. 치매 환자들은 이 모두를 한 번에 정확하게 하지 못한다.

초기 치매 환자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는 걷는 모습의 변화, 영국 일간지 ‘더선(The Sun)’에서 소개했다.

1.    방향 감각이 나빠진다

방향감각 상실이 자주 일어나는 건 특히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병의 징후일 수 있다. 영국 UCL 연구진이 이달 초 발표한 연구 내용에 따르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경로를 따라 방향을 돌 때 얼마나 돌아야 하는지에 관해 지속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걸을 때 방향감각에 변화가 심했다.

리빙스턴 박사에 의하면, 이는 환자들의 기억력이 나빠졌기 때문만이 아니라 주변 세계에 대한 인식까지도 흐려지기 때문이다. 리빙스턴 박사는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사물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것을 3D로 본다던가 실제로는 3D인데 2D로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환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물체를 볼 수도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방향을 바꾸거나, 혹은 평평하다고 생각한 물체에 걸려 넘어질 가능성도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전에 본 것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2.    걷는 속도가 느려진다

사람마다 걷는 속도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매년 점점 걷는 속도가 느려지는 건 치매의 조기 징후일 수 있다. 리빙스턴 교수는 “인지능력이 저하되면서 사고도 느려진다”며 “이로 인해 환자들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물건을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신체 조정력(여러 가지 움직임을 종합해 어떤 특별한 움직임을 의도대로 정확하게 수행하는 능력)에 대해 생각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속도가 느려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65세 이상 성인 1만 7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호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매년 걷는 속도가 5% 이상 느려지는 사람들은 걷는 속도가 변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    보폭이 작아진다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걸을 때 보폭이 더 작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6년 발표된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보폭이 줄어들고 발을 비정상적으로 넓게 벌려 걷는 것이 기억력 저하의 징후임을 발견했다. 다만, 왜 이런 걷기 패턴이 치매 환자들 사이에서 흔히 나타나는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리빙스턴 박사는 치매 환자들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곳에 도착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이 적은 것이 이유일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끄러운 표면을 걷는 것처럼 좁은 걸음으로 걷는다는 것이다.

4.    걷는 중 팔 흔들림에 변화가 생긴다

걸을 때 팔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도 치매인지 알 수 있는 징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몇몇 연구에 의하면, 걸을 때 팔을 덜 움직이는 것이 치매의 조기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치매 환자의 경우 걸을 때 균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똑바로 서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치매 환자들은 팔은 더 많이 휘두르지만, 팔을 몸에 더 가깝게 붙이고 걷는 경향이 있다.

 

닥터콘서트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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