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VR 체험했더니…통증 줄고 행복감 ↑
치매 등 다른 질병에도 VR 기술 적용 기대
실제와 유사하지만 실제가 아닌 인공환경인 가상현실(VR) 기술을 게임을 넘어 영역을 급속히 넓혀가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VR 기술을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VR이 암 환자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술지 《BMJ 지지 및 완화 치료(BMJ Supportive & Palliative Car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몰입형 VR이 암 환자의 통증과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퀸즈대의 연구진은 암, 치매,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통증을 치료하는 데 VR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30년 동안 발표된 31건의 연구를 조사했다. 환자들은 비디오 게임과 몰입형 및 이완형 경험을 포함한 다양한 VR 중재 기법을 통해 치료를 받았다. 체험은 ‘바다 탐험’부터 ‘예술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으며, 타이타닉호를 배경으로 한 체험도 있었다. 명상과 같은 마음 챙김 운동이 포함된 연구도 있었고, 환자에게 정원 가꾸기와 같은 특정 기술을 활용하도록 요구하는 연구도 있었다.
조사 결과 VR 개입이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고 행복감까지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한 연구에서는 편안한 가상 환경이 병원에 입원 중인 암 환자의 주관적 불안과 우울증을 개선하는 동시에 통증과 피로를 현저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는 심장 질환 환자의 불안, 우울, 스트레스, 통증을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환자의 통증이 완화되는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VR 체험이 통증으로부터 주의를 분산시켜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VR은 안와전두엽, 배측 및 변연계 신경망과 같은 영역을 활성화시키는데, 이러한 영역은 통증 경험에도 관여한다.
연구진은 “몰입형 VR 중재의 치료 효과는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시뮬레이션된 자연환경을 통해 현실감을 높였기 때문일 수 있다”며 “자연에 대한 접근은 부정적인 환경 스트레스 요인을 완화함으로써 인간의 건강과 적응 반응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마틴 뎀프스터 교수는 “VR 기술은 치매, 다발성 경화증, 신장 질환과 같이 장기적으로 쇠약해지는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완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VR은 의학적 질환과 관련된 통증과 불안을 관리하기 위한 약물의 개입에 대한 잠재적인 대안을 제공함으로써 아편과 같은 약물의 필요성을 줄이는 방법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