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대 증원, 실현 가능한 대안 줘야"…의협 정조준
조규홍 "의협과 10개월간 진전 없어 전문위서 논의"
오는 19일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안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증원 규모를 확정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종전 협의 상대였던 대한의사협회를 콕 집어 "10개월이나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고 지적하며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촉구했다.
복지부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조규홍 장관의 주재로 제5차 의사인력 전문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문위에선 양은배 위원(연세대 의대 교수)의 의대 교육역량과 평가 인증에 대한 발제와 의대 정원 확대 규모에 대한 논의 등이 이뤄졌다.
특히, 이날 조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종전의 협의 상대였던 의협까지 지목해가며 정부의 의지를 거침없이 전했다. 그간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발언을 이어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전문위 개최에 앞서 정부의 국무회의에도 참석했다.
그는 "정부가 이미 여러차례 2025학년 입학정원을 늘리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면서 그 규모와 방식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을 통해 추진하겠다고도 한 바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복지부와 의협(의료현안협의체)은 10개월간 14차례에 걸쳐 논의해왔으나 의대 정원 (확대) 규모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면서 "이에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에서 논의를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의대 정원 확대 의제와 관련해 의협이 참여한 의료현안협의체와의 최종적인 의견 합치를 기다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의협을 향해 "인력 재배치,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 의료계의 정책 제안들 역시 정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한다"면서 "의료인력 확충과 함께 추진할 정책 패키지 논의를 위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말해 협조와 당부를 함께 전달했다.
의사인력 전문위원회는 지난 8월 복지부가 각종 의료현안을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3년 만에 다시 꾸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에 설치됐다. 의대 정원 확대 의제를 다뤘던 기존 논의체인 의협과의 의료현안협의체를 확대해 의료계, 소비자단체, 환자단체,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의 요구를 청취하겠다는 목표로 구성됐다.
다만, 정부는 아직까지도 의대 증원 규모나 발표 형식과 시기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는 함구하고 있다. 증원 규모는 당초 300~500명대로 예상됐으나, 지난 주말(14~15일)을 지나면서 1000~3000명 규모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의협은 오후 7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협을 비롯한 여러 의사단체는 이번 발표 과정이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아래는 조규홍 장관의 제5차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모두발언 전문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입니다. 위원님 여러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어느 때보다 의사인력 증원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고, 사회적 열망이 높은 상황임을 위원님 여러분께서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의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의사 수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차례 2025학년 입학정원을 늘리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그 규모와 방식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을 통해 추진하겠다고도 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총 14차례에 걸쳐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논의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10개월간의 논의에서도 의대정원 규모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지난 4차례 수급추계 등 의사인력 논의가 이어졌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에서 논의를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위원님들의 심도있는 논의를 부탁드립니다.
의사협회에도 당부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의 생명은 어느 한순간이라도 위협받지 않아야 하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일은 국가와 의료인 모두의 본분입니다. 의료계와 복지부는 지역과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해서 소통해왔고 그 결과 다양한 대책들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인력 재배치,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 의료계의 정책 제안들 역시 향후 정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합니다.
그러나 의사 수 부족의 문제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분명한 현실인 만큼 과학적 통계 기반 수급 전망에 따른 의료인력 확충과 함께 추진할 정책패키지 논의를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의료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