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고 다 먹는다면?…"날씬해도 내장은 뚱뚱해"
음식은 우리 몸의 연료…운동 하더라도 영양가 있는 식사해야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집에 가는 길에 햄버거나 치킨의 유혹에 빠진 적이 있는가? 열심히 운동했으니 그 정도는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우선 먹고 내일 또 열심히 운동해서 칼로리를 모두 태워버리면 되지 않을까? 이런 유혹에 시달리는 건 비단 자신뿐만이 아닐 것이다.
과연 일주일 내내 열심히 운동하지만, 정작 식단은 신경 못 쓰고 패스트푸드나 정크푸드를 자주 먹는다면 건강에 어떨까? 간단히 말하면, 운동이 나쁜 식습관의 영향을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식사의 질이 좋지 않으면 운동을 얼마나 오래, 고강도로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CNN’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한 내용을 보자.
운동만 하고 먹고 싶은 대로...비만인 사람과 동일한 위험
흔히 마른 비만이라고 하는 말은 날씬해 보이지만 체지방 비율은 높은 사람을 가리킬 때 쓴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은 손에 잡히는 피부 바로 아래 피하지방은 적을 수 있지만, 내장지방의 경우는 다르다. 장기 주변을 감싸고 있기 때문에 눈에 덜 띌 뿐이다.
운동생리학자이자 미국 하이포인트대학교 보건관리학과 부교수인 콜린 캐리커 박사는 내장지방이 눈에 보이는 바깥 지방층보다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설탕과 소금,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는 가공식품 섭취로 내장지방이 쌓이면 비만인 사람과 동일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체내에 내장지방이 많으면 동맥이 딱딱해지고 점점 좁아지는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에 걸릴 수 있다. 이렇게 차츰 내장지방이 쌓여 동맥이 막히면 나머지 신체 조직으로 흐르는 혈류가 막히고,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
운동은 하지만 식습관 관리를 소홀히 하면 조기 사망 위험도 증가한다. 신체활동과 식습관의 질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운동했지만 원하는 대로 다 먹은 사람들은 운동과 식습관 모두를 신경 쓴 사람들에 비해 사망 위험이 더 높았다.
빈칼로리로는 운동할 충분한 연료 얻을 수 없어
살을 빼려면 먹는 것보다 소모하는 칼로리가 더 많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고칼로리의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는다면 그렇게 되기가 어렵다. 운동을 더 많이 하거나 좀 더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되지 않느냐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몸의 연료가 낮은 상태에서는 그것도 쉽지 않다. 정크푸드나 설탕이 잔뜩 들어있는 음료 등은 빈칼로리(empty calories)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빈칼로리란, 열량만 높고 영양가는 없다는 뜻이다.
탄산음료나 사탕 등 가공식품은 영양소가 거의 혹은 아예 없다. 몸에 에너지를 채워 줄 비타민, 단백질, 섬유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들은 보통 먹어도 여전히 배가 고프고, 기분이 좋지 않으며, 운동할 동기나 동력이 부족하게 된다.
간신히 헬스장에 가더라도 그런 빈칼로리를 가지고는 생산적으로 운동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지방이 많은 음식은 처음엔 일시적으로 에너지를 올려줄 지 모르겠지만, 장시간 또는 고강도의 운동을 유지하기엔 충분치 않아 더 빨리 피로감을 느끼게 되기 쉽다. 게다가, 소모되지 않은 빈칼로리는 모두 지방으로 저장된다.
올바른 영양소를 섭취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어떤 운동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근력운동은 유산소 운동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질이 낮은 음식으로 영양소를 얻으면 근육량을 늘리고 격렬한 운동 후 완전히 회복하기가 더 어렵다고 공인영양사이자 미국 영양및영양학학회(Academy of Nutrition and Dietetics) 대변인 그레이스 데로샤는 말했다.
근육량을 늘리려면 닭고기와 연어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게 가장 좋다. 데로샤는 “단백질과 같은 다량영양소가 근육량을 늘리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음식을 대하는 태도 바꿔야
건강하게 먹는다는 게 좋아하는 음식을 모두 포기해야 한단 뜻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특정 음식을 죄악시하고 설탕이나 탄수화물은 절대 먹으면 안될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어제 저녁으로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다거나 오늘 점심에 디저트를 먹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기보다 관점을 바꿔보길 전문가들은 권했다. 음식을 단지 칼로리로만 보지 말고, 음식이 내 몸에 공급해주는 에너지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오늘 섬유질을 충분히 먹었다면, 단백질이나 건강에 좋은 탄수화물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음식을 제한해야 한다는 관점이 아닌, 내 몸을 채워주는 연료라는 관점에서 보는 게 음식에 대한 보다 건강한 접근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