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먹고 목구멍 가려운데”...알레르기 아니라고?
알레르기 원인 물질 아니더라도 교차반응 나타날 수 있어
#20대 여성 A씨는 평소 복숭아를 먹으면 목구멍이 가렵고 따끔거리는 느낌을 받아 알레르기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의외였다. 당연히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예상과 달리 자작나무 알레르기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A씨는 왜 복숭아를 먹고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던 걸까?
알레르기는 어느 물질에 대해 몸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질환이다. 먼지같은 이물질뿐만 아니라 꽃가루나 음식 등 해롭지 않은 물질에도 몸의 면역반응이 예민하게 작용한다. 알레르기 반응은 피부를 비롯 위장관, 호흡기 등 다양한 기관에서 불편함이 나타난다. 하지만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아니더라도 몸이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알레르기 교차반응’이라고 한다.
알레르기 교차반응은 몸의 면역체계가 어떤 물질에 들어 있는 단백질을 다른 물질의 단백질과 유사하다고 인식해 발생한다. 단백질이 구조적으로 비슷하거나 생물학적으로 연관이 있어 똑같은 물질이 아니더라도 목구멍 따끔거림, 입이나 입술이 가려움, 목이 붓는 증상 등이 나탄는 것이다. 위 사례를 살펴보면 자작나무 알레르기가 있는 A씨의 면역체계가 복숭아까지 위험한 물질로 받아들였다.
자작나무 알레르기 환자는 복숭아 외에도 키위, 사과, 배, 자두, 살구, 체리, 무화과, 망고 등을 조심해야 한다. 당근, 파슬리, 고수잎, 토마토, 치커리 등 채소를 먹어도 알레르기 교차반응을 겪을 수 있다. 견과류 중에는 헤이즐넛, 아몬드, 호두, 땅콩 등이 위험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알레르기호흡기분과 김지현 교수는 “실제 알레르기 교차반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꽤 있다”며 “자작나무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는 사과, 체리, 키위 등에 반응을 보이는 등 이런 반응이 흔히 나타난다”고 말했다.
자작나무 외에도 오리나무 알레르기가 있으면 체리, 딸기, 복숭아, 라즈베리, 헤이즐넛, 아몬드, 호두 등이 알레르기 교차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돼지풀 알레르기 환자는 바나나, 수박, 멜론, 오이, 후추 등을 먹고 알레르기가 나타날 수 있다.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교차반응에 대해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단, 증상이 가볍더라도 몸이 반응한 경험이 있다면 원인 음식은 멀리할 것이 권장된다. 증상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알레르기 교차반응을 막기 위해 미리 나서서 대응할 필요는 없지만 이를 유발하는 음식이 있다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혹시 모를 알레르기 교차반응에 대비하려면 스스로 어떤 물질에 취약한지 확인해야 한다. 알레르기 원인물질인 항원은 피 검사, 피부반응검사로 쉽게 찾을 수 있다. 피 검사는 두 종류로 여러 종류의 알레르기를 한꺼번에 검사하는 MAST, 몇 가지 의심되는 특정 항원을 선택해서 검사하는 ImmunCAP 방식이 있다. 피부반응검사는 피부에 소량의 원인물질을 주입해 피부 반응을 확인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