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굳게하는 유전자 무더기 발견...치료길 열리나

“관상동맥에 칼슘 쌓여 석회화하는 유전자 발견, 약물로 ‘표적’ 치료 가능성 열어"

관상동맥병은 심장마비(심근경색), 협심증 등을 일으킨다. 암 다음으로 치명적인 사망 원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관상동맥에 칼륨이 쌓여 석회화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무더기로 발견해 심근경색(심장마비), 협심증 등 관상동맥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지니아대 의대 연구팀은 최근 수년에 걸쳐 수집한 유전자형과 표현형 데이터 세트를 공유함으로써 관상동맥의 칼슘 축적에 관여하는 유전자 12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의사가 기존 약물이나 영양보충제(건강기능식품)로 이들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아 질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중단시킬 수 있게 됐다.

연구의 제1 저자인 클린트 밀러 부교수(공중보건 유전체학센터 연구원)는 “새로 발견한 유전자를 잘 분석하면 관상동맥병에 걸릴 위험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관 유전자의 발견은 관상동맥병의 1차 예방을 위해 표적으로 삼을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첫 단계"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유전자가 관상동맥의 칼슘 축적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발견된 연관 유전자는 소수에 그쳤다. 연구팀은 관상동맥 칼슘 축적의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유전적 요인을 규명하기 위해 유럽·아프리카계 혈통을 가진 세계 3만50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관상동맥 석회화의 유전적 기초를 이해하기 위해 수행한 최대 규모의 ‘메타 분석’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관상동맥에 칼슘이 쌓이게 함으로써 석회화하는 것괴 관련이 있는 유전자가 12개 발견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에 의하면 관상동맥 석회화는 평생 동안 위험 요인에 노출된 혈관의 축적인 셈이다. 확인된 유전자 중 하나인 ENPP1은 유아의 동맥 석회화에서 드문 형태로 변형된다. 연구팀은 동맥 석회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데노신 신호경로에서도 새로운 연관 유전자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인간 관상동맥 조직과 평활근 세포를 대상으로 실험연구를 수행, 특정 유전자가 석회화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관상동맥 석회화 과정을 조절하기 위해 유전자 또는 암호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다. 식단 변화나 비타민C, 비타민D와 같은 영양소 보충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매년 약 1700만 명이 관상동맥병으로 사망한다. 미국인 4명 중 1명은 이 병으로 숨진다. 국내에서도 관상동맥병은 암 다음으로 높은 사망 원인이다. 관상동맥병이 발생하기 전에도 컴퓨터단층촬영(CT) 스캔을 통해 관상동맥 벽 안에 칼슘이 쌓여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심장마비, 뇌졸중 등 심뇌혈관병을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칼슘 축적은 치매, 암, 만성 콩팥병은 물론 고관절골절 등 노인성 질병과도 관련이 있다.

이 연구 결과(Multi-ancestry genome-wide study identifies effector genes and druggable pathways for coronary artery calcification)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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