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안 걸리는 '슈퍼닭'..유전자 편집으로 탄생
관련 유전자 셋 중 하나 편집만으로 10마리 중 9마리가 감염 안 돼
유전자 편집으로 조류독감에 내성을 갖는 닭이 탄생했다. 유전자 하나에 작은 변형을 가한 이 닭은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10마리 중 9마리가 감염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10일(현지시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영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수억 마리의 새가 조류독감에 감염돼 죽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물개, 바다사자, 밍크 등 포유류 개체군에도 퍼져 여러 명의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연구진의 일원인 에든버러대 로슬린연구소의 마이크 맥그류 교수는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미에 널리 퍼져 있으며 현재 남미로 확산돼 남극으로 이동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해 야생 조류가 전례 없이 많이 죽고 양식 가금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조류독감의 인간 전파와 또 다른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막기 위해 조류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독감 바이러스의 빠른 진화로 인해 비용만 많이 들고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닭을 실내에서 키우는 것과 같은 엄격한 차단 방역 조치는 동물 복지에 영향을 미친다. 맥그류 교수는 “유전자 편집은 영구적인 질병 저항성을 지향하며 여러 세대에 걸쳐 전달돼 가금류를 보호하고 인간과 야생 조류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유전자 편집 가금류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스스로를 복제하기 위해 납치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ANP32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실험실에서 키운 닭의 ANP32A 유전자에 2가지 변화를 줬다. 그리고 이들 닭에 자연 상태의 노출양에 해당하는 1000개의 감염 단위 바이러스를 접종했다. 10마리 중 1마리만이 감염됐고 다른 닭들은 며칠 동안 매우 적은 양의 바이러스를 배출했다. 반면 대조군 조류는 모두 감염됐다.
감염 단위를 100만에 해당할 정도로 극도로 높은 용량에 노출시켰을 때는 10마리 중 5마리가 감염됐다. 하지만 바이러스 양은 대조군 닭에 비해 훨씬 적었다. 연구진의 일원인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의 웬디 바클리 교수는 "자연적인 용량에서는 유전자 편집 닭이 실제로 내성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매우 고용량에 노출됐을 때는 닭의 절반에서 돌파 감염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돌파감염은 바이러스의 진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실험 과정에서 유전자 편집 닭의 바이러스는 두 가지 관련 단백질(ANP32B 및 ANP32E)을 이용해 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돌연변이를 획득했다. 이러한 돌연변이 중 일부는 바이러스가 인간 버전의 ANP32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바클리 교수는 이런 돌파감염을 막기 위해 3가지 단백질 유전자(ANP32A, ANP32B, ANP32E)를 모두 편집한 닭의 세포를 실험실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시켰을 때 바이러스 복제가 완전히 차단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로 살아있는 닭에서 이를 테스트할 계획이다. 그 결과 돌파감염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농작물과 가축의 유전자 편집을 허용하는 영국의 닭 농장 전체가 이들 닭을 키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이번 연구를 검토한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병원체 진화센터 소장인 데릭 스미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훌륭하게 수행된 연구이며 조류 독감에 완전한 내성을 지닌 닭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 글래스고대의 마시모 팔마리니 교수는 “지난 1만년 동안 모든 가축의 번식을 일종의 느린 유전자 편집 과정으로 간주할 수 있다”면서 바이러스가 돌파 감염을 일으킬 위험만 사라진다면 유전자 편집 닭을 도입하는 것 자체의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미오스타틴 유전자가 결여된 참돔과 식욕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제거된 참복의 판매를 승인했다. 유전자편집이 이뤄진 이들 두 어종은 기존 어류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수확량도 더 많았다. 미국 정부도 2020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알파갈 당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유전적 변형이 가해진 돼지와 더위를 잘 견디고 번식력이 강하게 유전자 변형이 이뤄진 소를 식품으로 승인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41476-3)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