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아픔 이겨내"... 류마티스 환자와 의료진 위로한 '관절가요제'

[박효순의 건강직설]

대한류마티스학회 ‘2023 관절가요제’에 출전한 분당제생병원 류마티스내과·피부과·유방외과 교수팀이 노래 마지막에 현수막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박효순 기자

지난 7일 서울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2023 관절가요제’가 열렸다. 총상금 규모만 1500만원이다.

이번 행사는 대한류마티스학회가 10월 관절염의 달, 세계 관절염의 날(올해는 10월 12일), 세계 관절염 주간(10월 둘째 주, 9~15일)을 맞아 벌인 국민건강 캠페인의 하이라이트다. 학회는 ‘관절가요제’ 명칭과 관련한 특허도 취득했다.

가요제엔 75개 팀(개인)이 예선을 별여 15개 팀(개인)이 본선을 치렀다. 류마티스내과에서 진료받고 있는 환자 및 보호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의 의사, 간호사 등 종사자와 의대생 등 다양한 팀이 출전했다.

이날 대상(상금 500만원)을 받은 성보은 씨는 2년 전 암 수술 뒤 류마티스 관절염을 치료 중인 환자다. 최근 발가락 골절을 입었음에도 깁스를 한 상태에서 지팡이를 짚고 나와서 열창했다. “고통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살고 싶어서 이번 관절가요제에 참가했다”고 밝혀 청중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유방암 치료 중이며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인 천현숙 씨(은상)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느라 우울 속에서 뼈가 아픈 통증을 잊으려 노래교실을 다니면서 행복해졌다”면서 관절가요제 주최 측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류마티스학회 이신석 이사장(빛고을 전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은 “관절병과 면역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학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 가요제를 개최하게 됐다”면서 “류마티스 관절염의 조기진단 중요성 및 올바른 치료를 위해서는 류마티스 전문가에 의한 적절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도 함께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면역세포가 자신의 관절을 스스로 공격하며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2년 이내에 환자의 70% 정도는 관절이 손상될 수 있다. 관절의 심각한 변형으로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지기 때문에 증상을 잘 살펴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류마티스 관절염을 줄여서 류마티스라고 하지만, 사실 류마티스는 관절염을 포함하여 다양한 질환을 포함하는 명칭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골관절염(퇴행성 관절염), 근막동통증후군, 섬유조직염, 점액낭염, 건염, 결정 유발성 질환(통풍, 가성통풍), 척추병증(강직성 척추염, 건선성 관절염, 반응성관절염, 장병성 관절염), 전신성 홍반성 낭창, 쇼그렌 증후군, 경피증, 다발성 근염, 피부근염, 항인지질 증후군, 혈관염(베체트병 포함) 등이 대표적이다. 더 세부적으로 따지면 100가지가 넘는다. 내과의 한 전문분과인 류마티스내과에서 이런 류마티스병을 감별하고 진단하며 비수술적인 치료를 담당한다.

류마티스병의 대표인 류마티스 관절염은 무릎, 엉덩이, 발 등 체중을 지탱하는 큰 관절이 마모되어 발생하는 골관절염과 달리 손가락, 손목 등 작은 관절에 주로 발병한다. 오후보다는 자고 일어난 아침에 증상이 심하며(조조강직 등), 통증의 양상도 대칭적으로 나타난다. 즉 오른손과 왼손, 오른발과 왼발, 이렇게 대칭 짝을 이루어 통증이 일어나는 것이다.

고령자에서 흔한 퇴행성 관절염과는 달리 류마티스 관절염의 경우 30~40대 등 젊은 층에도 흔하게 발생하며, 70~80%는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 학계에서는 최근 국내 류마티스 관절염 유병률이 전 국민의 1%, 30대 이상에서는 1.5%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나이가 들어 서서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는 특징이 있다. 질병의 진행도 빨라 발병 후 1~2년 이내에 관절이 급속도로 변형되기 쉽다. 증상이 악화하면 관절 손상에 그치지 않고 동맥경화, 골다공증, 세균 감염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증상은 몇 주 또는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며 주로 여러 관절의 통증, 뻣뻣함, 종창(부기) 등으로 나타난다. 전형적으로 손허리 손가락 관절, 근위지 관절(손가락 중 몸쪽에 가까운 첫째 마디와 둘째 마디 사이), 손목 관절, 발허리 발가락 관절 등이 잘 침범한다. 조조강직은 아침에 일어나서 또는 한 자세로 오래 있은 후 관절이 뻣뻣해 움직이기 힘들고 움직일수록 나아지는 현상이다. 약한 조조강직은 다른 관절염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나 1시간 이상 주먹이 쥐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증상은 활동성의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주로 관찰된다.

음악은 힐링을 가져다 준다. 노래는 깊은 호흡을 통해 림프액의 순환을 돕는다. 노래하는데 율동이 필요하므로 관절이 건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류마티스 관절염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건당국은 앞선 ‘조기진단 시스템’ 수립과 치료제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제도적 지원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번 2023 관절가요제는 류마티스학회의 ‘아이디어 뱅크’ 이명수 홍보위원장(홍보이사, 원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의 회심작이다. 기존 국민건강 캠페인에서 일대 도약을 한 셈이다. 홍보위원들이 직접 기획과 진행에 참여했다. 이번 가요제를 계기로 류마티스 환자들의 치료와 삶의 질 향상에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보기를 류마티스학회에 제안한다.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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