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두드러기?"...치료만 10년 더 걸리는데 지원은?
"질환 인식 바로잡고 생물학적 제제 급여화 등 치료 접근성 높여야"
“만성 두드러기는 참 서러운 병이에요. 주변에선 ‘그깟 두드러기’라며 고통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환자는 진료 때마다 ’지긋지긋하다‘고 말합니다. 죽는 병은 아니지만, 환자들은 ’차라리 죽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고통을 호소합니다.”
국내에서 만성 두드러기를 전문적으로 치료해 온 의료진이 환자들의 고통을 바로 알리고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두드러기는 '금방 지나가는 가벼운 질환'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탓에 효과적인 치료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지영구 교수(대한천식알레르기 학회 이사장)는 "만성 두드러기를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환자들이 정상적인 생활과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잘 치료한다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일면서 "중증·난치 질환 분류를 통해 환자가 경제적인 부담 없이 중증도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난 5일 열린 대한천식알레르기 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촉구했다.
'두드러기는 경증?'... 병명 아닌 '환자 고통' 고려해야
두드러기는 국내에서 5명 중 1명이 일생에 한 번은 경험할 정도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부 질환이다. 그러나, 치료제(항히스타민제)를 먹어도 두드러기가 가라앉지 않고 6주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면 말이 달라진다. 단순한 두드러기가 아닌 ’만성 두드러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많게는 국내 인구의 2.5~3% 정도인 150만 명이 앓고 있는 비교적 희귀한 난치성 질환이다. 음식 또는 약제, 자가면역 이상 등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이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 지속한다. 완치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3~5년, 길게는 10년 이상도 걸린다.
문제는 의료진은 물론 환자들도 만성 두드러기를 일반적인 급성 두드러기와 같은 가벼운 질환으로 오해하고 있는 현실이다. 학회에서 표준 치료법을 내놨지만, 여전히 적절한 치료제 사용과 증상 관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경시한다는 점이다.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예영민 교수는 "만성 두드러기는 일생 이어지는 '알레르기 행진'의 종점"이라면서 "유아 때 아토피로 고생하던 환자는 청소년·청년기엔 비염과 천식을 거쳐 중·노년기엔 만성 두드러기로 진행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 교수는 "아동과 노인 환자가 더욱 많아지는 것을 고려해 안전한 약물 치료가 필요할 뿐 아니라, 악화와 호전을 오랫동안 반복하며 일상생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만성 두드러기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생물학적 제제, 높은 효과·안전성 입증... 연간 360만~640만 원 약제비가 걸림돌
이에 따라 학회는 만성 두드러기에 대한 치료 접근성 개선을 주문했다. 정책적으로 만성 두드러기는 지난해 초까지 질환분류코드에서 일반 두드러기와 함께 경증 질환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3월에서야 별도로 경증 질환 분류에선 빠졌지만, 중증 질환 분류엔 들어가지 않아 진료 현장에선 질환 인식 측면이나 약제 처방(생물학적 제제 급여 지원)에서 제약이 여전하다.
이를 두고 장윤석 총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는 "질환명에 따라 질환을 경증과 중증으로 분류하는 게 아니라 같은 병이라도 증상에 따라 경증과 중증으로 분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만성 두드러기 환자는 상급 종합병원에서 치료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간 경증으로 분류돼 더 높은 본인 부담금을 감수하고 약물 처방에도 제약을 받는 등 환자들의 이중고가 컸다"고 지적했다.
앞서 학회는 만성 두드러기 표준 치료법으로 △2세대 항히스타민제 1~4알 처방 △졸림, 입마름 등의 부작용 우려로 인한 1세대 항히스타민제 처방 비권장 △신부전, 부신 기능 저하 우려로 인한 스테로이드제 (장기) 사용 금지 △중증 환자는 면역억제제(사이클로스포린, MTX 항암제, 나병 치료제 댑손 등) 사용 등을 제안했다.
최근에는 기존의 약물 치료 효과가 적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생물학적 제제(오말리주맙) 투약을 권장하고 있다. 항히스타민제 처방을 최대로 늘려도 증상이 억제되지 않는 환자나 소아나 노인과 같이 면역억제제를 사용할 수 없는 중증 환자에게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증상 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생물학적 제제 처방을 확대하는 데 최대 걸림돌은 비용이다. 국내에선 만성 두드러기 질환엔 비급여 상태기 때문이다. 1년에 360만~640만 원가량 나오는 약제비가 환자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면, 해외에서는 2013년경 만성 두드러기 처방을 시작한 후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에선 2015년, 일본은 2017년, 중국은 올해 3월부터 급여화했다.
장 교수는 "연간 10회 정도 주사를 맞는 오말리주맙의 1병(바이알) 가격은 출시 초기엔 50만 원대였지만, 최근엔 30만 원대까지 내려왔다"면서 "미국과 유럽의 권장 용량은 1회 2병(1년 640만 원)임에도 가격 부담을 고려해 국내에선 1회 1병(360만 원)만 주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향후 만성 두드러기를 중증·난치질환으로 분류하고 생물학적 제제를 급여화할 경우 환자의 본인 부담금은 현재의 10% 수준으로 줄어든다. 학회는 국내 환자 중 40~60%(약 75만 명)가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약제비 부담이 줄면 환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것으로도 기대했다.
분당차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미애 교수는 "만성 두드러기는 의학적으로 아직까진 약을 써서 증상을 억제해야 하는 질환이기에 생활습관 요법만으론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미 안전하고 효과가 좋은 치료제가 개발됐음에도 급여화가 지연하는 상황이 환자 치료에서 경제적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어 진료 현장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