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출시 신약, 1년 내 국내 도입되는 비율 5%"
OECD 32개국 중 최하위권...신약 접근성 확대 방안 마련해야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신약의 비중이 여전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을 차지하면서,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이 우려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4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이종혁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진행한 ‘우리나라 신약의 약품비 지출 현황 분석 및 합리화 방안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국내 건강보험 재정 내 신약에 대한 지출은 총 약품비 대비 8.5%,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2.1%로 일반적인 인식에 비해 매우 낮았다.
특히 신약이 국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에는 최하위권에 속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국내 환자들이 혁신 신약 치료 보장성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신약들이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는 인식으로 신약 등재의 어려움을 겪는 배경에서 출발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최근 10년간(2012~2021년) 급여가 적용된 신약 227개 품목의 재정지출을 분석함으로써 국내의 약품비 지출구조 현황을 살펴봤다.
그 결과 최근 10년간 국내에 급여 신약에 투입된 재정은 총 약품비 대비 약 8.5%로 크게 낮은 수준을 보였다. 신약에 쓰인 약품비를 전체 건강보험 총진료비와 비교했을 때 불과 2.1%에 그쳤으며, 10년간 사용된 총 약품비의 합계인 약 164조 2000억 원 가운데 신약 한품목당 연간 소요되는 약품비 역시 약 61억 원 정도로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시 비용효과성 입증 방법(경제성평가, 경제성평가 면제, 가중평균가 등)에 따른 신약 재정 영향과 위험분담제(RSA) 체결 신약의 지출비중, 중증질환 분류 별 신약 재정 영향도 분석했다.
결과를 보면 암, 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치료 신약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제성평가 면제 및 RSA 대상 품목의 재정지출이 전체 약품비 대비 각각 0.3%, 2.7%로 특히 낮은 수준이었다. 또한 중증질환 분류에 따른 신약 재정 영향을 분석했을 때에도 중증 희귀질환(암, 희귀질환) 신약에 쓰인 약품비가 전체 약품비 중 3.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중증 희귀질환 환자들의 낮은 치료 접근성을 시사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분석한 국내 신약의 10년간 재정지출은 기존 알려진 수치보다도 매우 낮게 나타나 일반적인 인식 대비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신약들이 해당되는 경제성평가 면제 신약은 재정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품목당 연간 약품비도 매우 낮았으며, 중증 희귀질환 신약에 쓰이는 재정비율 또한 낮은 것으로 나타나 환자의 치료 접근성 측면에서 지출구조의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PhRMA(Pharmaceutical Research and Manufacturers of America)에서는 최근 10년간(2012년~2021년) 미국, 유럽, 일본에 허가된 글로벌 신약 460개를 토대로 각국의 신약 접근성 및 재정 영향(IQVIA 자료 기준)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OECD 국가별 신약의 재정영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신약 재정 영향은 4%로, 전체 32개국 중 끝에서 세번째인 30위로 최하위권을 차지했으며, 이는 터키, 그리스, 멕시코와 비슷한 수준의 신약에 대한 재정지출 구조를 보였다.
또한 한국은 주요 선진국과의 비교에서도 가장 낮은 신약 재정 지출 비율로 미국 26%, 독일 19%, 영국 18%, 일본 14% 등의 주요 상위국가들과 약 3배에서 많게는 6배 이상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한국의 신약재정 지출의 결과는 각국의 신약 허가율 및 급여율 비교에서도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신약 460개를 기준으로 한국의 신약 허가율은 33%로 일본, 프랑스, 영국 모두 50% 이상인 것에 비교해 낮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급여율 또한 22%로 주요 선진국인 일본(48%)과 프랑스(44%)와도 큰 차이를 보였고, OECD 평균(29%)에도 못 미쳤다.
무엇보다 글로벌 출시 신약 중 한국에 1년 안에 출시되는 신약은 단 5%(일본 32%, OECD 평균 17%)에 불과 해 국내 환자들이 체감하는 혁신 신약 접근성은 크게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KRPIA 이영신 부회장은 “정부와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건강보험 재정의 약제비 중 신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아 국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 신약이 재정에 미치는 실제 영향을 분석한 이번 연구가 신약 접근성 향상을 위한 근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올 하반기에 발표될 건강보험 종합계획에도 혁신 신약의 가치가 반영되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이 수립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연구결과는 국회에서 신동근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과 고영인 의원(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주관한 ‘건강보험 약제비 지출 현황 및 합리화 방안 토론회’에서 4일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