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객 노리는 '살인진드기' 피하려면?
진드기 매개 감염병, 9~10월 집중 발생
질병관리청(질병청)이 가을철을 맞아 환자 발생이 늘어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하 SFTS)·쯔쯔가무시 등 진드기 매개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질병청은 “농작업이나 추석 명절 전후 벌초, 성묘, 여행 등 야외활동 시 긴 소매, 긴 바지 등으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바닥에는 가급적 앉지 말며 귀가 후에는 바로 옷을 세탁하고 샤워하면서 진드기에 물렸는지 등을 확인하라”고 공식 권고했다.
쯔쯔가무시병(증)은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일부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발생한다. 진드기에 물린 후 10일 이내 발열, 오한 등의 증상과 물린 부위에 검은 딱지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 환자의 80% 이상이 털진드기 유충의 활동 시기인 9~11월에 집중 발생한다. 올해 1월부터 이달 19일까지 878명의 환자가 나오고 1명이 사망했다.
SFTS는 주로 6~10월에 환자가 발생한다. 올해 1월부터 이달 19일까지 118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23명이 사망했다. 특히 SFTS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다. 치명률이 20% 정도로 높아 사전 예방과 환자 조기발견 및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드기 매개 감염병의 최고의 예방법은 진드기에 안 물리는 것이다. 벌초나 성묘 때는 다소 덥더라도 긴 옷을 입어 진드기에 안 물리도록 피부 노출을 최소화한다. 함부로 마른 풀에 앉거나 드러눕지 않는다. 귀가해서는 샤워나 목욕을 하며 몸에 혹시 붙어있을지 모르는 진드기를 꼼꼼히 씻어낸다. 머리털 사이에 진드기가 숨어 있을 수 있으므로 특히 머리를 구석구석 잘 감는다.
피부의 수포·발진·가피 잘 확인해야
쯔쯔가무시병은 산림, 밭, 농지, 하천 등에 서식하는 털진드기가 매개한다. 알에서 부화된 유충이 번데기로 변하는 과정에서 척추동물의 체액을 빨아들이기 위해 물게 된다. 유충이 체액을 흡인하면 진드기 유충에 있던 미생물인 리케치아가 인체 내로 들어가 병을 일으킨다.
진드기에게 물린 후 1~2주의 잠복기가 지나면 열이 나고, 몸에 발진이 생긴다. 발진은 몸통에서 시작해 사지로 퍼져 나간다. 초기에 진드기 물린 부위에는 둘레 1㎝ 정도의 가피(부스럼 딱지)가 나타난다. 시간 경과에 따라 붉고 경화된 병변이 수포를 형성하다가 터지면 흑색으로 착색된다. 3~5일 만에 몸통의 발진이 팔과 다리에 퍼진다. 이러한 가피는 쯔쯔가무시병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 있는 경우도 많으므로 몸 전체를 살펴보아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정지원 교수는 “쯔쯔가무시병은 항생제를 투여하면 대부분 수일 내에 증상이 호전된다”면서 “다만 증상이 매우 심하다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야외 활동 후 고열, 빨리 병원으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하 SFTS)은 살인진드기라고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참진드기)가 매개체가 되어 사람에게 전파된다. SFT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참진드기는 국내에서 전국적으로 서식하고 있다. 참진드기의 크기는 0.1~0.7㎜로 작으며 공원이나 숲속 등 수풀이 우거진 곳에 숨었다가 사람을 물어 흡혈한다.
감염 초기 40도가 넘는 원인불명의 발열, 피로, 식욕 저하,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두통과 근육통, 림프절이 붓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따라서 야외 활동 후 고열이나 소화기 증상 등이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아직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증상이 발생하면 거기에 맞춰 치료를 시작한다. 혈소판과 백혈구 감소가 심한 경우 출혈이 멈추지 않으며, 신장 기능과 다발성 장기기능 부전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감염된 환자를 진료하는 사람이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에 노출되어 사람 간의 전파도 발생할 수 있다. 병원에 진드기를 가져오면 진료에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참진드기에 안 물리는 경우도 많아 물린 실제 벌레를 확인하는 것이 진단 과정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린 진드기나 곤충 사진을 찍어두면 진단에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