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양 표시 매일 보는데"…천재 디자이너 방광암으로 별세
'공중보건과 그래픽 디자인'의 쾌거라는 평가 받아…버키 벨저 방광암으로 세상 떠나
오늘날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 포장지에 들어가있는 영양성분라벨을 만든 그래픽 디자이너 버키 벨저(76)가 25일(현지시간)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고인은 방광암으로 투병해왔다.
WP "영양표시 및 교육에 관한 법 통과 후 첫 선을 보인인 영양성분라벨은 대담하고 경쾌한 헬베티카 폰트로 제작되었다"면서 "당시 공중보건과 그래픽 디자인의 승리로 평가받았다."고 전했다.
당시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마시모 비넬리는 디자인 전문 협회에서 발행하는 저널 기고문을 통해 영양성분표 라벨을 두고 "명확한 문명의 기념비이며,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성명서이자 그래픽 디자인의 걸작"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고 WP는 덧붙였다.
1990년 미국 의회에서는 영양표시 및 교육에 관한 법( Nutrition Labeling and Education Act)이 통과됐다. 당시 법안은 비만 및 기타 식단 관련 질병이 급증함에 따라 하루 2000kcal 건강한 식단을 기준으로 영양소를 제시하는 식품 라벨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규정했다.
이후 미국의 영양표시제도는 가공식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소비자에게 유용한 영양정보를 제공해 구매 결정에 도움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식품 제조업자가 영양성분에 더 신경쓰도록 하는 역할을 해왔다.
1993년 1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영양표시라벨의 최종 규정안을 발표했고, 1994년 5월 8일부터 영양표시라벨이 시행됐다.
정보 디자인의 스티브 잡스로도 불렸던 벨저는 라벨을 30번이나 수정했다고 생전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정부 기관을 비롯해 각종 이익단체들이 라벨 제작 방향에 관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논쟁 끝에 단순함에 방점이 찍혔고 현재의 라벨이 탄생했다.벨저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영양표시라밸은) 조화가 있었지만, 불필요한 요소는 없었다"면서 "단어가 왼쪽과 오른쪽에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일종의 균형을 이루었고, 쉼표나 마침표, 괄호 등 독자의 속도를 늦추는 문법적 구두점도 생략했다"고 밝혔다. 벨저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게 대통령 디자인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영양 성분표 디자인을 벨저에게 의뢰했던 전 식품의약국(FDA) 책임자 데이비드 케슬러는 "이 라벨은 매일 수백만 명의 공중 보건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WP에 말했다.
한편, 2016년에 FDA는 영양 성분 표시를 수정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칼로리의 활자 크기를 크게 늘린 것이다. 당시 벨서는 커머셜 어필과의 인터뷰에서 "무차별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단순함을 포기했다"며 "칼로리가 말 그대로 이메일의 대문자처럼 큰 소리로 외쳐지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