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갈등 줄일, 사람에 대한 근원적 생각
[이성주의 건강편지]
“남녀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서로 존중해주기 바랍니다.”
주말에 대학 선배의 아들 결혼식에 초대받아 갔습니다. 선배는 주례 대신 성혼선언을 하며 한 가지만 당부하겠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가슴에서 물수제비가 스치며 동심원이 번지는 듯했습니다. 사람은 근원적으로 비슷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다른 존재임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숱한 갈등이 사그라질 텐데···.
사람은 ‘이성적 동물’이라는 별명과 달리, 제대로 이성적·합리적 사고를 할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점에서 비슷하지요. 저마다 크고 작은 콤플렉스를 갖고 살면서 무엇인가에 불안해하며, 그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걸핏하면 맹목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이 유사하고요. 사람이 만든 돈이나 스마트폰 등에 사로잡혀서 시도 때도 없이 비이성적 행동을 하는, 비슷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사람의 유전체는 99% 이상 일치하고, 1% 미만이 타인과 다릅니다. 그럼에도 1% 미만의 차이가 외모, 건강, 태도, 생각 등의 차이를 낳지요. 거기에다가 환경적 요인이 더해져서 얼핏 크게 보이는 차이를 만들어왔습니다. 특히 남녀는 진화 과정과 생식 과정에서 큰 차이가 생겨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지요?
사람들이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동질성을 나누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자기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공자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는데 ‘화이부동’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조화롭게 지내는 것을 뜻합니다. 그 조화가 가능한 것은 근원적으로 같은 점을 공유하기 때문이지요. 반면, 사람은 근원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생각과 남이 같아야 한다고 여길 때 온갖 불화와 갈등의 씨앗이 싹트겠지요.
다가오는 추석 명절이 두려운 사람이 적지 않은데,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인식이 그 두려움을 줄이지 않을까요? TV에서는 명절에 늘 환한 가족 모습만 보이지만, 그런 가족은 드물고 크고 작은 갈등을 속으로 삭이거나 폭발하곤 합니다. 특히 올 한가위에는 ‘1주일 휴가’에 가깝지만, 예년과 달리 과반이 귀성을 하지 않고, 고향에 가더라도 하루 이틀에 그친다고 하는데 이 짧은 기간에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이나 분석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무의식에 자아가 억압한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명절에 우연한 기회에 자극받아서 갈등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특히 가족은 무의식에서 공유하는 ‘그림자’가 많기 때문에 갈등의 소지가 크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남에겐 조심하면서도 가족에겐 함부로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가족을 남처럼 여기면 갈등 여지가 확 준다”고 말합니다.
이번 추석은 본질적으로 모자란 사람들끼리, 자기가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남에게처럼, 서로 존중하고 북돋워주는 명절이 되기를 빕니다. 자기 주장은 가급적 줄이고, 상대방이 싫어할 만한 얘기는 입 밖에 꺼내지도 마시기를···. 만약, 상대방이 그러면 ‘불완전한 존재로서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고 화제를 자연스럽게 돌리시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누그러질 겁니다. 서로 자기 주장을 주입하기 보다는 서로서로 감사함을 표현하는 명절이 되기를 빕니다.
‘가을 저녁’이라는 뜻의 시적(詩的) 이름인 명절 ‘추석(秋夕),’ “우리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점을 가슴에 새기고 맞으면 어떨까요? 이 선선한 ‘가을의 저녁’이 훈훈하고 포근해지며 ‘감사와 사랑의 저녁’으로 열매 맺기 위해서···.
1906년 오늘, 러시아의 작곡가 드리트리 쇼스타코비치가 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의 예술계로부터 형식주의자로 비판받고 한동안 공산당이 원하는 음악만 작곡해야만 했던 작곡가의 명곡 가운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재즈 모음곡 중 2번(Jazz Suite No.2), 일명 ‘두 번째 왈츠(The Second Waltz)’ 준비했습니다. 앙드레 류와 요한 스트라우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듣겠습니다.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에 가족이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십시오. (和而不同 同而不和)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