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신경신호 변화로 우울증 진단 가능해질까?
‘뇌심부자극술(DBS)’과 AI 결합해 신경신호 변화 차이 판독
우울증 진단과 치료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됐다. 뇌에 전극을 이식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해 우울증 특유의 신경신호를 포착하는 방식이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의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네이처》가 지난 22일(현지시간)보도한 내용이다.
심장병 진단을 위해 혈압을 측정하고 당뇨병 진단을 위해 혈당을 검사한다. 반면 우울증은 환자의 진술에 의지해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울증의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아이칸 의대 연구진은 심한 우울증을 앓는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다트머스대 가이젤 의대의 폴 홀츠하이머 교수(신경과학)는 이번 연구결과가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도 성공한다면 “우울증 치료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울증 환자 치료법 중에는 뇌에 이식된 전극을 통해 신경 활동을 변화시키는 전기 펄스를 전달하는 ‘뇌심부자극술(DBS)’이 있다. DBS 치료법은 두 번의 임상시험에서 치료효과를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최근 연구진은 뇌 자극을 위한 표준 전극뿐 아니라 뇌 활동을 측정하는 센서까지 포함된 새로운 DBS 장치를 개발했다. 그들은 이 장치를 모든 형태의 치료에 저항하는 우울증 환자 10명의 뇌량하대상피질(subcallosal cingulate cortex)에 이식했다. 뇌량하대상피질은 감정 행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뇌 영역이다. 10명의 참가자 중 9명은 24주간의 자극 후 증상이 상당히 호전되었고, 7명은 질병 완화 기준을 충족하였다.
연구진은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참가자의 뇌 기록을 이용해 심각한 우울증과 관련된 뇌 패턴을 식별하기 위해 인공지능 모델을 사용했다. 그들은 또한 연구가 끝날 때부터 뇌 기록을 사용해 성공적인 치료와 관련된 뇌 패턴을 식별하도록 인공지능을 훈련시켰다.
이 모델은 90% 이상의 정확도로 두 상태(우울증과 회복된 상태)를 구별할 수 있는 신경 활동의 뚜렷한 변화를 확인했다. 모든 참가자는 회복과 관련된 이 뇌 신호를 가졌다. 한 참가자는 4개월 동안 치료에 잘 반응했으나 그 이후 재발했다. 연구진은 그의 뇌 기록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회복' 신호가 재발 한 달 전에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의 일원인 아이칸 의대의 헬렌 메이버그 교수(신경학)는 만약 임상의가 해당 데이터를 토대로 치료를 하게 되면 잠재적으로 재발을 방해하는 자극 요법을 바꿀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DBS 프로그램 책임자 토드 헤링턴 박사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이 방법을 검증하는 것 뿐 아니라 회복을 위한 뇌의 신경신호 패턴 변화의 의미를 생물학적으로 규명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이버그 교수와 동료들은 이미 다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업데이트된 DBS 장치를 테스트하고 있다. 메이버그 교수에 따르면 이 새로운 장비는 미국 의료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임상시험 결과가 계속 유지될 경우 승인을 받기 쉬워질 것이다.
홀츠하이머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DBS를 넘어서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한 우울증 환자는 뇌에 전극을 상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덜 침습적인 방법으로 측정 가능한 뇌 신호가 존재한다면 광범위한 유용성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