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끔 후 뻐근"...독감 주사 맞으면 왜 아플까?
무료예방접종 시작...독감주사 통증에 관한 궁금증 알아보기
20일부터 2023~2024년 독감 무료예방접종이 시작됐다. 독감 예방의 기본은 예방접종이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책이다. 건강한 성인의 독감 백신 예방률은 70~90%로 알려져 있다. 백신 접종으로 독감의 발병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증상을 완화하고 입원율과 사망위험 등을 낮출 수 있다.
독감 주사를 맞으면 피부 트러블, 두통, 근육통, 경미한 열과 같은 부작용이 동반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작용은 독감에 걸려 고생하는 것보다 훨씬 관리하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주사를 맞고 팔이 아프다는 사람들도 많다. 주사를 맞은 후 그 부위에 통증, 부종 또는 발적이 생기는 것은 주사 부작용 중 하나다. 왜 이렇게 팔이 아플까?
팔 근육에 직접 주입, 국소 면역반응에 따른 통증 생기기도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요즘 독감 백신은 통증이 많이 줄어들어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은 백신접종 인구의 20~30% 정도”라며 “일반적으로 인플루엔자 백신은 코로나19 예방에 쓰인 mRNA형보다 그 통증이 덜하다”고 말했다.
보통 독감 예방주사는 근육으로 직접 주입되는 근육내 주사다. 팔의 근육에 직접 주입된다는 의미다. 미국 감염병 전문의 아메쉬 아달자 박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주사를 맞히는 부위로 어깨 관절을 덮고 있는 삼각근(deltoid)을 권장하고 있다”며 "주사 바늘로 인해 피부와 근육에 미세한 구멍이 나면 그 주위가 손상돼 미미하게나마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팔 통증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백신이 주입된 팔은 주사에 대한 국소 면역 반응도 일어난다. 미국 밴더빌트의과대 감염병 전문의인 윌리암 샤프너 박사는 "주사 부위에서 백신에 반응하기 위해 면역 체계가 작동하면서 팔이 아프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사람이 팔 통증을 겪는 것은 아니며 개인의 신체 반응에 따라서도 통증이 다르다. 백신이 어떻게 주입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샤프너 박사에 따르면 독감, 코로나바이러스, 혹은 파상풍 예방주사와 같이 근육 내 주사는 피부 아래 주사보다 팔 통증을 더 유발하기 쉽다. CDC는 홍역, 유행성이하선염, 수두바이러스(MMRV) 등의 백신은 피부 아래 주사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예방접종 전에 진통제 먹어도 될까?
독감 백신을 맞기 전에 팔 통증이나 혹시 있을지도 모를 두통을 예방하기 위해 진통제를 먹어도 될까? 미국 미시건 주립대 약리학과 제이미 알란 교수는 "아세트아미노펜 또는 이부프로펜과 같은 약을 미리 복용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약을 복용하면 백신의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CDC는 COVID-19 백신을 맞기 전에도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또는 이부프로펜과 같은 일반 구매 약을 복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약물이 백신의 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증 완화제가 백신의 효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진통제를 무작정 복용하지 않도록 한다. 다만 주사를 맞고 몇 시간 후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통증 완화 약을 복용할 수는 있으며, 이때 약사나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접종 주사, 어느 팔에 맞을까?
독감예방접종을 가면 어떤 팔을 내밀어야 할 지 순간 고민이 들기도 한다. 이재갑 교수는 “백신 주사는 주로 사용하지 않는 팔에 맞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주사를 맞고 난 후 뻐근함이 있을 수 있으므로 오른손 잡이면 왼팔에, 왼손 잡이면 오른팔에 맞아야 팔로 주된 일을 할 때 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독감 주사와 코로나 백신을 같이 맞아야 한다면 상대적으로 덜 아픈 독감 주사를 주로 사용하는 팔에 맞고, 반대 팔에 코로나 백신을 맞는 것이 낫다. 팔 통증을 덜려면 주사를 맞기 전에 근육이 긴장되지 않도록 최대한 팔을 편하게 해주도록 한다.
백신을 맞은 후 팔은 피가 가라 앉고 난 후 가볍게 움직여도 상관없다. 오히려 팔을 움직이면 혈액 순환이 개선되고 면역 세포가 들어가 외부 항원을 더 활발히 인식할 수 있다. 주사 후에 팔을 얼마나 움직여야 할지 등의 빈도에 대한 연구는 없지만, 주사 후 약 6시간 동안 매시간마다 약간의 움직임과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있다.
이전에 다른 백신 주사(예를 들어 코로나19 백신)를 맞은 적이 있다면 그 팔에 다시 주사를 맞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다. 같은 팔에 주사를 맞으면 백신이 같은 림프절을 표적으로 삼아 감염과 싸우는 면역 세포를 더 활발하게 생성하고, 더 잘 반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