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암 재발에 우는 사람들...췌장암-위암의 경우
[김용의 헬스앤]
고통스러운 암 치료 과정을 힘겹게 견딘 환자가 또 다시 재발 통보를 받았을 때 어떤 심정일까? 처음으로 암을 진단받을 때의 절망감 못지않을 것이다. 메스꺼움과 구토, 머리털이 쑥쑥 빠지는 온갖 아픔을 경험한 사람은 “또...”를 되뇌이며 외 마디 소리를 지를지도 모른다.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암 병동에 다시 입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밤잠을 못 이룰 수 있다.
암 환자는 누구나 재발 없이 완치되기를 바란다. 재발의 위험성은 수술 등 치료를 시작했을 때 암이 진행된 정도가 심할수록 커진다. 암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일찍 발견해야 완치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암 치료 후 겨우 2년이 지났는데 몸 상태가 잠시 좋아졌다고 성급하게 ‘완치’ 얘기를 꺼내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5년 생존하면 완치?... 검진 소홀 등 방심하면 안 된다
흔히 암의 완치를 언급할 때 ‘5년 생존’에 주목한다. 일반적으로 암 환자가 치료 후 5년 이상을 살면 완치된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의사는 조심스럽게 ‘완치’ 얘기를 하면서도 정기 검진과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언제든지 재발이나 다른 암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완치 판정 후 검진을 소홀히 하는 등 방심하면 다시 병상에 누울 수 있다.
영화-드라마에서 의사가 암 환자의 수술에 나섰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암이 생긴 부위의 수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암이 크게 퍼진 게 이유일 것이다. 암의 기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수술이 가능하면 생존 가능성이 높다. 위의 80%를 절제하는 등 암이 생긴 곳을 도려내 다른 곳으로 전이될 위험을 차단하는 것이다. 수술 후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하면 5년 이상 생존이 가능하다.
수술해도 다시 암이... 절제한 후에도 20~50% 재발 위험
암 환자가 가장 두려운 것은 재발 여부다. 수술에 성공해도 다시 암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대장암의 예를 들어보자.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대장암은 근치적(병을 완전히 고침) 절제술을 시행해도 20~50%에서 재발을 한다. 재발은 암이 처음 생긴 곳(국소 재발), 멀리 떨어진 부위의 전이(원격전이), 그리고 국소 재발과 전이가 같이 생긴 재발 등 3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대체로 국소 재발과 전이가 동반되는 광범위한 재발이 많다. 절제 수술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치료 마친 후에도... 재발이나 전이 여부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췌장암은 일찍 발견하는 게 어려운 만큼 예후(치료 후 경과)도 다른 암들에 비해 좋지 않은 편이다. 수술 등 치료를 마친 후에도 재발이나 전이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한국간담췌외과학회-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췌장 수술 후의 재발은 1~2년 사이에 주로 일어난다. 간이나 복막으로 전이가 되거나 수술한 곳 부근에 암이 침투해 새로운 암 덩어리(종괴)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재발 시에는 환자의 상태와 재발 위치-범위에 따라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대개 항암화학요법을 하며 경우에 따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한다
전체 위암 환자의 40~60%가 재발로 인해 생명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발 환자는 이미 온몸으로 전이된 경우가 많아 치료가 쉽지 않다. 수술 후 재발이 되면 재수술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위 절제 후 암세포가 남아 있던 위나 식도에서 위암이 재발할 수 있는데, 이때는 재수술로 치료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암 재발 역시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암 수술 후 재발한 사례들을 보면 2년 안에 암이 다시 생긴 경우가 전체 재발의 50%, 3년 내가 70%, 5년 내가 90%다. 위암 재발의 90%가 5년 안에 일어났다는 의미다. 따라서 수술 후 적어도 5년 동안은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암은 예방이 가장 중요... 일찍 발견해야 재발과 전이 최소화
암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또 일찍 발견해야 재발과 전이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재발도 마찬가지다. 조기 발견해야 다시 치료할 수 있다. 모든 환자가 수술 후 재발이나 전이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것이 좋다. 위암 수술 후, 혹은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가 끝난 후 일반적으로 첫 3년은 3~6개월마다, 3~5년은 6개월-1년마다 의사와 증상에 대해 얘기하고 진찰 및 검사를 받아야 한다. 주치의와 상의해서 더 자주 검진을 받을 수도 있다.
몸 잠시 좋아졌다고 다시 흡연?...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 기억하세요”
모든 암 환자가 잘못된 생활 습관 때문에 투병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건강 관리를 열심히 했는데도 아무런 이유 없이 암에 걸린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생활 습관이 가장 큰 위험 요인 것은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암 사망의 30%는 흡연, 30%는 음식, 10~25%는 만성감염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유전, 음주, 호르몬, 방사선, 환경오염 등도 각각 1~5%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암 수술 후 불과 1~2년이 지났는데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완치를 언급하는 것은 성급함을 넘어 위험하다. 재발의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지만 신경은 써야 한다. 조그만 이상이라도 나타나면 즉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재발도 일찍 발견해야 고통이 줄고 치료가 쉽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내 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상태가 조금 좋아졌다고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는 암 환자가 있다. 또 다시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를 스스로 원하는 것일까? 금연 하나 못 하는 사람에게 암 예방, 암 재발을 얘기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