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애오욕’ 다스리는 요체는 ‘중용’

[이요세의 건강요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생에서 40대, 50대는 신체의 노화와 함께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아지고 정신적인 고뇌가 많은 시기이다. 직장에서 퇴출 선상에 오르기 일쑤이고, 가정에서도 무거운 가족 부양의 의무를 지게 된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조선시대 어의(御醫)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에서는 “40살(불혹, 不惑)이 되면 왕성하던 오장육부와 십이경맥이 서서히 정지하고, 화색이 없어지며, 수염과 머리털이 희기 시작하고, 기혈은 보통 정도로 왕성하면서 변동하지 않기 때문에 앉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 대목은 그 옛날 수명이 낮을 때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지금도 상당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40세 불혹은 공자가 설파한 것으로 50세는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또한 “40세 이전까지는 어머니의 젖힘으로 살다가 마흔부터는 스스로 제 몸을 추슬러야 한다”고도 되어 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이르렀을 때 젊음 만을 믿고 탕진한 사람은 몰골이 초라해지는 것이며, 절제를 지켰던 사람에게는 참다운 인생이 비로소 열린다고 동의보감은 얘기한다.

지나친 강박관념·초조감이 질병 근원

예전에는 노인병으로 취급되던 고혈압, 당뇨병, 암, 뇌졸중(뇌중풍), 심장병, 관절병 등이 요즘은 성인병, 만성병, 생활습관병, 현대병 등으로 불리며 40대, 50대 환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사회생활이 왕성해지는 40대 중반 이후 10여 년 동안의 시기에 과로와 스트레스가 심하면 이 같은 병들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40대, 50대의 건강 문제는 신체적인 것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도 매우 많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예컨대 이 시기에 흔히 겪는 신경통, 피로감, 성욕감퇴, 불면증, 식욕부진 등은 사회생활에서 오는 강박관념, 늙어가는 인생에서의 초조감 같은 것이 병의 원인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렵사리 일궈 놓은 사업체나 자영업 등이 어려움에 봉착하거나, 직장생활의 불안정이 심화한다면 병의 단초가 되거나 잠복한 질병이 발호할 가능성이 커진다.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해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마음이 7종의 정서에 의해 조절되며, 고르게 어우러져 인격을 형성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7종의 정서, 즉 ‘칠정’이란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을 말한다. 이 칠정이 승(昇)하지도 강(降)하지도 말아야 한다. 풀어 말하면 기쁜 마음은 심장에 깃들어 신명이 나게 함으로써 오장육부의 기능을 진작시켜 생명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심장을 상하게 만들어 생명을 단축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마음의 동요 심하면 ‘인격파탄’ 우려

노여운 마음이 지나치면 간을 상하게 하지만 생활에서 적절한 노여움이 없다면 강인한 힘을 얻지 못한다. 슬픈 마음은 폐의 기운을 조절, 절도 있는 삶에 보탬이 되지만 지나치면 폐를 상하게 한다. 염려와 생각하는 마음은 비장과 위장에 깃들어 지나치면 입맛을 잃고 소화 장애를 일으키지만 생각함과 염려함이 전혀 없으면 뜻을 세우지 못해 천박한 사람이 되기 쉽다.

두려움과 놀라움은 신장에 깃들어 지나치면 생육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지만 두려움과 놀라움이 전혀 없으면 울화가 발동해 자제하는 힘을 잃고 오만불손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마음의 동요가 심하거나 특정 정서의 변동이 과격하면 인격적 파탄과 육체적 병변을 일으킨다. 중용의 도(道)가 건강에도 중요하다.

다음은 광동한방병원이 전하는 40~50대를 위한 건강생활수칙 열 가지이다. 하나, 적당한 운동과 호흡법을 시행하라. 둘, 고른 영양을 충분하게 섭취하라. 셋, 적절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라. 넷, 찜질과 마사지·목욕법을 잘 활용하라. 다섯, 근육을 이완하고 명상하라.

여섯, 비만하지 않게 체중을 관리하라. 일곱, 규칙적인 성생활을 중단하지 말라. 여덟, 금연과 금주 및 절주를 실천하라. 아홉, 울화 및 스트레스를 잘 풀어라. 열, 정기적인 건강진단을 거르지 말라.

    이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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