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쓰는 친환경?... 여전히 인체 유해한 물질 나와
평균적으로 일반제품은 22종, 유향 친환경 15종, 무향 친환경 4종 방출
가정에서 사용하는 청소제품이 수백 가지의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을 방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나마 '친환경(green)'을 표방한 제품은 정도가 덜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학분야 학술지 《케모스피어(Chemosphere)》에 발표된 ‘환경 워킹 그룹(EWG)’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의 CBS가 1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세정제, 페인트, 건축 자재 및 가구, 복사기 및 프린터와 같은 사무기기, 특정 화장품 등 수천 가지의 다양한 제품에서 VOC가 배출된다. EPA는 웹사이트에 “VOC에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포함되며, 그 중 일부는 장단기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EWG의 연구에서 30개의 청소 제품을 분석했다. 여기에는 다목적 세정제와 유리 세정제, 방향제 가 포함됐다. 이 제품들은 세 가지 범주로 나뉘었다. '일반' 제품, 향이 있는 '친환경' 제품, 향이 없는 '친환경' 제품이다.
분석 결과, 호흡기 손상, 암 위험 증가, 발달 및 생식 문제 등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193개를 포함하여 530개의 고유한 VOC가 검출됐다. 193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독성물질관리국 후보 화학물질 목록 또는 유럽화학물질청의 분류 및 상표 등록 기준에 따르면 건강에 유해한 것으로 간주되는 물질이다.
연구에 따르면 VOC는 실내 및 실외 공기 모두에 영향을 미치지만 실내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실내 공기에 미치는 영향이 실외 공기에 미치는 영향보다 2~5배 더 많으며, 최대 10배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제품은 며칠,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VOC를 방출했다.
평균적으로 친환경 라벨이 붙은 제품은 절반 정도의 VOC를 방출했다. 무향 '친환경' 제품은 평균적으로 유해 화학물질로 분류되는 4가지 화학물질을 방출했다. 유향 친환경 제품은 약 15가지, '일반' 청소 제품은 22가지의 화학물질을 방출했다. 전체 양으로 보면 일반 세정제는 무향 친환경 제품에 비해 거의 8배, 유향 친환경 제품에 비해 4배 많은 VOC를 방출했다.
연구진은 특정 브랜드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친환경" 제품을 "더 건강하고 무독성이거나 유해한 화학물질이 없다고 광고하는 제품 및 안전 또는 환경 기능에 대한 제3자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세정제는 이 범주에 속하지 않는 제품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EWG의 선임 독성학자인 알렉시스 템킨 박사는 “이 연구는 소비자, 연구자 및 규제 당국이 실내 공기에 유입되는 수많은 화학 물질과 관련된 잠재적 위험에 대해 더 많이 인식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소비자들이 특히 '친환경'이고 '무향'인 제품을 선택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폐협회(ALA)도 실내에서 VOC가 함유된 제품을 사용할 때 환기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 내 청소용품 및 세정제 제조업체의 이익단체인 미국청소협회(ACI)는 이에 대해 “업계는 수십 년 동안 정부 및 규제 기관과 협력하여 VOC 농도를 최소화하여 유해한 것으로 간주되는 수준 이하로 유지해 왔다”는 반박성명을 발표했다. ACI는 또 “친환경은 과학적 용어가 아니라 마케팅 용어”라면서 “이번 연구에서 일반과 친환경을 구별하는 기준이 자의적”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45653523018374)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