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식에 미세플라스틱 얼마나?...최초 "검출 키트 나온다"
재료연, 세계 최초 개발...플라스틱 '분광 신호’ 감지 후 AI가 판단해
내가 먹는 음식에, 내가 만지는 용품에 미세 플라스틱이 얼마나 들어있을까. 안전한 수치인지, 위험한 정도인지 간편하게 검사하는 키트가 있다면?
국내 연구진이 전 세계에서 최초로 미세 플라스틱을 검출하는 키트를 개발했다. 미세 플라스틱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라만 분광 신호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상용화 된다면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필요에 따라 손쉽게 검사할 수 있게 돼, 소비자의 불안이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다.
심각한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인체에도 위해한 영향을 미세 플라스틱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규제와 검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검출 방법이 따로 없어 생수병이나 과자 봉지 등 일상 속의 제품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재료연구원(KIMS) 나노바이오융합연구실 정호상 박사 연구팀이 실마리를 찾았다. 플라스틱은 고유한 라만 분광 신호를 가진다는 것과 필터를 사용해 미세 플라스틱을 거를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주사기 안에 삽입하는 종이 필터를 직접 제작했다. 이 필터는 기공이 작고 표면에 특수 소재(플라즈모닉 소재)가 합성돼 미세 플라스틱을 잡아 모으는 특성이 있다. 주사기에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된 시료를 통과시키면, 이 특수 필터가 미세 플라스틱을 따로 걸러내게 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고유한 라만 분광 신호를 가지는데, 인공지능(AI)이 이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필터가 걸러낸 물질이 미세 플라스틱인지 판단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미세 플라스틱의 농도, 분포, 종류까지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기존에 비슷한 원리를 적용한 검출법이 있었지만 현장에서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높은 성능의 장비가 필요한 것은 물론, 연구자가 있어야 분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반면 연구팀은 성능 좋은 장비를 사용하는 대신 소재의 민감도를 높였고, 숙련된 연구자는 인공지능으로 대체했다. 또 라만분광기도 휴대가능한 것을 사용해 현장 검출에도 활용하도록 했다.
연구책임자인 재료연 정호상 선임연구원은 “이 기술을 사용화하면 쉽고 빠르게 미세 플라스틱을 검출하는 기술이 보급될 것”이라며 “국민과 후세대의 안전을 위한 소재 기술 개발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미세 플라스틱의 크기별 검출과 인체 독성 평가를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