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아닌데도 우울한 직장인... 원인은 '쥐꼬리 월급'?
업무 보상 부족, 직장인 자살 위험도까지 높여
평소 우울증이 없던 직장인임에도 노동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다면 정신건강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각할 경우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란 지적이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조성준 교수와 전혜정 전공의는 최근 이러한 결론의 연구 내용을 국제학술지 'Psychiatry Investigation'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5~2019년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직장인 마음건강 증진 서비스(심케어 서비스)를 이용한 노동자 1만 4425명을 분석했다.
이 결과, 우울증 증상이 없는 데도 자살을 생각해 본 직장인의 비율은 16.2%에 달했다.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젊은 연령보다는 중장년 이상의 연령에서 많았다. 공통적으로 스트레스를 겪은 사건 이후 마음을 빠르게 회복하고 다잡는 힘인 '심리회복 탄력성'이 낮았고 주관적인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다. 불안 증상과 짧은 수면시간도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금전적 측면을 포함한 보상 전반의 부족이 노동자가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정신건강 악화에 강한 영향을 준다고 확인했다. △금전적인 보상 수준 △직업에 대한 개인의 만족도 △직장 내 존중 △일에 열정 등 노동자가 자신의 업무에 대해 기대하는 보상 전반이 영향을 줬다.
전상원 교수는 "직장 내 적절한 보상은 불안장애와 우울증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현재 직장인에 대한 정신건강 평가는 대부분 우울증 환자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보상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노동자들은 자살 위험군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향후 자살 위험군의 개념을 확장해 효과적인 예방 전략과 대상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소중한 사람의 자살 위기, 이렇게 도와주세요!
▶(보기) 소중한 사람의 '자살 신호'를 외면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주세요. ▶(듣기) '지금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떻게, 얼마나 마음이 힘든지' 물어보고 들어주세요. 이때 비난, 충고 및 섣부른 해결책 제시는 오히려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표현을 많이 사용해 주세요. ▶(말하기) 소중한 사람의 자살 위험성을 점검하고 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주변인과 경찰·소방서, 자살예방센터 등의 전문가에게 자살 징후를 알려주세요.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