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치매 막기?…무턱대고 오래 걷기는 말짱 '꽝'
한림대 연구팀 강도 및 시작 시기 연관성 발견
걷기 운동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예방할 수 있지만, 운동을 '오래'할 때보다는 이른 나이에 시작해 고강도로 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기에 가장 흔한 신경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감퇴를 포함한 다양한 인지 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병이다. 현재는 증상개선제 외에 뚜렷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치료보다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이 무척 중요하다.
이와 관련, 중년 이후 고강도 걷기 운동이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병원 자체 코호트 연구 참여자 188명을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연구참여자의 나이는 65~90세였으며, 인지 기능이 정상인 107명과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환자 81명으로 구성됐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걷기 활동과 인지 기능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참여자 중 ▲1년 동안 총 32시간 이상 ▲1년 동안 주당 40분 이상 ▲특정 계절 4개월 동안 주당 2시간 이상의 3가지 기준 중 하나를 충족한 125명을 ‘걷기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분류했다. 이들을 다시 땀이 나고 호흡이 가빠질 정도로 걷는 ‘고강도’(57명)와 ‘저강도’(68명)로 구분했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의 전반적인 신체활동 수준, 식습관과 영양 상태, 혈액 및 유전자검사 결과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 걷기 활동의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고강도로 걷기 활동을 실천한 그룹은 ‘비(非)걷기 그룹’(63명)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관련 인지 기능이 더 뛰어났고, 전반적인 인지 능력도 우수했다.
다만 저강도 그룹의 걷기 운동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심지어 저강도로 걷는 그룹에선 운동 시간을 주당 6시간 이상으로 늘렸을 때도 인지 기능 개선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연구팀은 걷기 운동의 시간보다는 강도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운동을 시작한 시점도 중요했다. 40~64세에 걷기 활동을 시작한 사람이 65세 이후에 시작한 사람보다 전반적인 인지 능력이 우수한 경향이 발견된 것이다.
연구를 이끈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욱 교수는 “걷기 활동이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예방하는 정확한 이유와 원리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걷기를 포함한 신체활동이 아밀로이드 베타(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단백질)의 수준을 조절하고 신경가소성을 촉진해 뇌기능 퇴화를 막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까지 효과적인 약물이 부족한 알츠하이머병의 예방 및 치료전략은 신체활동이나 생활방식 변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