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냉동김밥' 열풍이라는데…영양 한끼 따져보니
미국인 입맛 사로 잡은 냉동 김밥...완전한 영양 한끼는 안될 것
김밥이 K푸드 효자로 우뚝 섰다. 미국의 유명 식료품점 체인 트레이더 조스가 한국에서 수입해 판매한 냉동 김밥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다. 현지에서는 품절대란을 일으키고 있을 정도.
특히 한국계 미국인 세라(Sarah Ahn·27)씨가 최근 어머니와 함께 냉동 김밥 제품을 데워 시식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그야말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해당 김밥을 찾는 현지 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각 판매처에서 주문량이 늘고 있고, 오는 11월 미국에 추가 입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냉동 김밥 한 팩에는 9개의 김밥롤이 담겼다. 한 팩에 칼로리 420kcal에 달하며 가격은 3.99달러(한화 5300원 정도). 이 김밥은 수출용으로 영하 45℃에서 급속냉동해 재료의 식감을 유지하고 있다. 섭취 시 전자레인지에 2분 정도 데우거나 상온에 6시간 정도 두고 해동해 먹으면 된다. 고기 대신 유부와 시금치, 당근, 우엉, 단무지 등 채소가 들어간 비건(vegan) 식품이다. 채식주의자가 많은 미국에서 채소 위주로 만들어진 이 김밥은 재료만 봐서는 '건강하다'는 느낌도 준다. 이 냉동 김밥의 영향으로 현지에서는 다양한 김밥도 덩달아 인기라는 소식이다.
외국인도 좋아하는 한국 대표 음식...영양가 높은 재료 듬뿍
김밥은 비빕밥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꼭 먹어야 하는 한국 음식의 대표주자다. 비빔밥이 밥과 반찬을 양념과 함께 막 섞은 버전이라면, 정갈하게 재료가 분리된 채 맛의 화합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김밥이다. 비빔밥의 재료는 넣기 나름이지만 김밥의 재료는 빠져서는 안 될 것들 있다. 세라 안이 영상에서 소개한 냉동김밥에 들어간 재료들 위주로 영양학적 장점을 알아봤다.
밥과 재료 감싸는 포옹 담당 '김'= 김은 ‘비타민 덩어리’다. 마른 김 100g에 들어 있는 비타민 C(93mg)는 레몬(70mg)보다 더 많다. 눈에 좋은 로돕신을 만들어내는 비타민 A도 풍부하다. 마른 김에는 비타민 A가 100g 당 3750mg 함유되어 있다. 이는 당근의 3배, 시금치의 8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우리 몸이 힘을 내는 데 필요한 비타민 B1은 달걀의 14배나 된다.
아삭 달짝지근 맛 담당 '단무지' = 김밥에 단무지를 빼면 섭섭하다. 단무지는 비타민 공급원인 무를 가공한 재료다. 김밥에서 살균과 단맛, 그리고 소화기능을 담당한다. 단무지는 건조 또는 소금에 절여 탈수한 무를 소금과 겨에 담가 절이기도 하고, 감미료, 산미료, 향신료 등을 가한 조미액에 담가 만든다.
화룡정점 비쥬얼 담당 '당근'= 김밥의 다채로운 색감에 화룡정점을 더하는 붉은색 당근. 채소계의 인삼이라 불릴 만큼 효능이 많다. 베타카로틴 비타민 A가 꽉찬 건강채소다. 이로 인해 면역력, 혈관 건강, 항암, 해독, 피부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당근은 생으로 먹으면 흡수율이 10%에 불과하지만 익히거나 기름에 조리하면 30~50%로 높아진다. 김밥에 든 당근이 제격인 것이다.
아삭한 식감 담당 '우엉' = 우엉은 아삭아삭한 식감 때문에 조림, 찜, 샐러드, 무침, 튀김 등 다양하게 이용된다. 뿌리에 들어있는 끈적이는 물질 리그닌은 변비 예방에 탁월하며, 장내에 있는 발암물질을 체외로 배출시키고, 다이어트와 복부 미용에도 효과적인 다당류다.
힘이 불끈 에너지 담당 '시금치' = 힘 센 뽀빠이의 주식으로도 알려진 시금치는 에너지를 올려주는 채소다. 식이섬유,비타민A·K, 칼슘 등이 풍부해 주로 눈·뼈 건강과 노화 지연을 돕는다. 데쳐서 먹어야 칼슘 등의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시금치에는 다양한 영양소가 많지만 으뜸인 것은 베타카로틴이다. 100g당 무려 2876ug의 베타카로틴이 있어 채소 중 가장 많다.
가볍게 소화 담당 '유부' = 부드럽게 씹히면서 담백한 맛을 선사하는 유부는 콩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김밥에서 고기를 대신한 단백질 공급 주자다. 식물성이기 때문에 소화에 부담이 없으며, 단백질 함량은 높으면서도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많이 섭취한다.
한국서 편의점 냉장김밥...완전한 한끼로는 영양 부족
이처럼 김밥은 밥과 함께 무기질과 비타민의 영양소가 풍부한 김과 채소 등 다양한 재료를 한 번에 골고루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끼 식사 대용으로 간편하게 이용되고 있다. 다만, 김밥에 들어간 각 재료의 영양이 풍부하다 하더라도 집에서 갓 만든 재료들로 만든 것이 아니라면 간편식 냉동냉장 김밥의 영양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일반 냉장 김밥(줄김밥)의 열량이 밥 한 공기 열량(약 300㎉)보다 높지만, 단백질 함량은 영양성분 기준치(하루 섭취 권장량)의 15.5%로 낮다. 미국에서 히트친 냉동김밥과 한국의 편의점 김밥을 정확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둘 다 간편식이라는 점에서 한 줄만으로 영양상 '완전한 한끼'를 해결할 수는 없다.
완전한 한끼는 아닐지라도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이 주를 이루는 해외에서 채소가 듬뿍 든 간편식김밥이 잘 팔리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그동안 미국에서 김밥은 한국 식당 등에서 즉석김밥 형태로 소비돼 왔다. 당일에 만들어 먹야 하고, 보관시 기온의 영향에 따라 변질이 빠르다는 이유로 접근성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쌀이 주식이 아닌 미국에서는 밥부터 지을 줄 알아야 하고, 생소한 김을 사야 하는 등 집밥으로 해먹기엔 외국인 입장에서 손이 많이 가는 한식이다.
그런 가운데 냉동 김밥의 등장은 일단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간편함을 내세운 냉동김밥이 본래 김밥의 맛과 영양학적 면모까지 재평가 받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