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담당하는 '이것' 짧으면 치매 위험 높아
“백혈구 텔로미어 짧은 사람, 알츠하이머병 28% 혈관성치매 18% 기타 치매 14% 위험↑”
수명과 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염색체 끝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치매 중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28%나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저장대·항저우사범대 공동 연구팀은 영국인 약 50만명이 등록돼 있는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염색체 말단부 ‘텔로미어’가 가장 짧은 사람은 가장 긴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외에 혈관성 치매 위험이 18%, 기타 치매 위험이 14% 높아진다. 연구팀은 3만8740명의 뇌 구조를 자기공명영상(MRI) 전신 스캔으로 시각화한 뒤 분석했다. 그 결과 백혈구 텔로미어가 짧을수록 전체 뇌 부피가 줄어들고 백질, 해마(학습 및 기억에 관여), 시상(감각처리 중추), 편도체(쾌락 중추) 등의 뇌 구조가 작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염색체 말단부가 풀어지지 않게 보호한다. 코드화된 DNA가 손실되지 않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두끈의 끝을 플라스틱을 싸매 끈이 풀어지지 않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닳거나 풀리면서 짧아진다. 세포가 노화를 계속하면 결국 죽는다.
영국 바이오뱅크는 2006~2010년 등록한 사람의 혈액 검체를 채취해 백혈구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한다. 연구팀이 분석한 데이터에는 37~73세(평균 연령 56세) 영국인 43만9961명의 자료가 포함돼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약 12년의 평균 모니터링 기간 동안 1551명(0.4%)이 알츠하이머병, 767명(0.2%)이 혈관성 치매, 5820명(1.3%)이 기타 유형의 치매로 진단받았다. 연구팀은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해 각종 치매에 걸릴 위험을 조정했다.
연구팀은 인과 연구가 아니라 관찰 연구라는 점, 텔로미어 길이를 백혈구에서만 측정했다는 점 등이 이번 연구의 한계라고 말했다. 또 신경교 세포에서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하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그런 데이터를 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신경교 세포는 중추신경계의 비신경 세포로 신경아교세포라고도 한다.
이 연구 결과(Leucocyte telomere length, brain volume and risk of dementia: a prospective cohort study)는 ≪미국의사협회지 일반정신의학(BMJ General Psychiatry)≫ 온라인판에 실렸다.
같은 연구팀의 별도 연구 결과 “흡연량 많을수록 ‘텔로미터’ 길이 더 많이 짧아져”
한편 연구팀은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럽호흡기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또다른 결과(The causal relationship between smoking conditions and telomere length: a mendelian randomization study in UK Biobank)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흡연은 텔로미어의 길이를 짧게 만들어 노화를 앞당기며, 특히 흡연량이 많을수록 텔로미어 길이가 더 많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시유 다이 조교수는 “최근의 관찰 연구 결과를 보면 백혈구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면 심혈관병, 당뇨병 및 근육 손실 등 위험이 높아진다.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