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봤던 것도…상상이 어렵다? ‘이 병’ 탓

‘상상력 결핍 인지장애’ 아판타시아 환자, 전체 인구의 3~5%나 된다고?

아판타시아는 혼자 사고하는 능력은 있지만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없는 인지장애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전체 인구의 3~5%가 이 인지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예전에 눈으로 봤던 것도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하는 인지장애를 ‘아판타시아(Aphantasia)’라고 한다. 아판타시아 환자는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평균보다 느리고, 시각정보를 흡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특징’을 나름대로 갖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파리뇌연구소 연구팀은 아판타시아 환자, 과대망상증 환자, 전형적인 정신적 상상력을 가진 사람 등 117명을 조사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판타시아'는 1880년 영국 유전학자이자 인류학자인 프랜시스 골턴에 의해 발견됐고, 2005년 캐나다 교수 애덤 제먼에 의해 명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판타시아는 혼자 사고하는 능력은 있지만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없는 인지장애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전체 인구의 3~5%가 이 인지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통사람은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어떤 어미지를 상상해 마음 속에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판타시아 환자는 그렇지 못하다. 옆 사람이 아이유나 김혜수 같은 유명 연예인 이름을 말해도 그녀들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한다.

따라서 ‘아판타시아’는 ‘상상력 결핍 인지장애’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판타시아 환자는 선천적으로 시각화를 맡는 뇌 영역에 문제가 있기도 하고 후천적인 사고로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연구팀은 아판타시아 환자 44명, 과대망상증 환자 31명, 전형적인 정신적 상상력을 지닌 사람 42명 등 117명을 대상으로 ‘정신적 이미지 및 시각적 지각 테스트’(BIP)를 했다. 이 테스트는 모양, 색상, 공간 상 위치, 단어 또는 얼굴의 존재 여부 등 장면을 묘사할 수 있는 각종 시각적 특성을 통해 지각과 정신적 이미지 사이의 연관성을 평가하는 특수 검사다.

연구의 제1 저자인 파올로 바르톨로메오 연구원(박사과정, 신경생리학)은 “아판타시아 환자는 부모, 친구, 배우자 등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어떻게 생겼는지 정신적으로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신체적 특징을 묘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시각 정보가 어떤 식으로든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에 의하면 뇌졸중, 뇌 손상, 정신질환이 아닌 선천적인 아판타시아 환자는 자신의 특이한 증상을 뒤늦게 인식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 장애는 인지장애는 또다른 장애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자신이 비정상이라고 의심할 이유도 딱히 없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장하오 류 박사는 "아판타시아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면 아주 흥미로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환자의 지각 능력, 개념과 표현을 연관시키는 능력은 다른 사람과 같다. 하지만 이들이 시각 정보, 특히 모양과 색상을 처리하는 속도는 과대망상증 환자나 일반 상상력 소유자보다 훨씬 더 느리다. 환자는 답변의 정확성에 대한 자신감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이 연구 결과(robing the unimaginable: The impact of aphantasia on distinct domains of visual mental imagery and visual perception)는 국제학술지 ≪대뇌피질(Cortex)≫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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