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잘라 키 키우는 사람들"...장애 위험까지 무릅쓰는 이유는?
[인터뷰] 이동훈연세정형외과 이동훈 원장
"신장 170cm이하 남자에게 인권은 없다."
지난해 일본 인기 프로게이머였던 타누카나(본명 타니 카나)가 뱉었던 망언이다. 올해 초 해명에 나섰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2009년 국내에선 한 방송프로그램 여성 출연자가 신장 180cm이하의 남성을 '루저(패배자)'라 부르며 큰 논란을 불렀다.
망언 직후엔 '분노의 폭풍'이 몰아친다. 다만 폭풍은 짧게 지나갈 뿐, 변화는 별로 없다. 이른바 '키작남'으로 불리는 키가 작은 이들, 특히 남성들을 향한 오래된 차별과 조소는 여전히, 아니 어쩌면 이전보다 더 깊고 넓게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다. 다리뼈를 절단하는 고통을 감수하고, 수술대에 오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이유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키 크는 수술(이하 골연장술)은 점차 대중화하고 있다. 우려와 고민의 목소리도 함께 커졌다.미국 NBC 방송을 비롯 영국 유명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도 속속 키 연장수술 증가 현상을 조명하고 나섰다.
설득하면 수술을 포기할까? 대답은 NO
한 해 약300명. 이동훈 원장(이동훈연세정형외과)이 만나는 '뼈 자를 결심'을 한 환자들의 숫자다. 이 원장은 2009년 분당 차병원을 시작으로 세브란스 병원 등 대학병원에서 정형외과 교수로 11년 간 경력을 쌓았다. 골연장술뿐만 아니라, 두 다리 길이가 다른 하지부동 환자를 비롯해, 선천성 무연골증, 터너증후군 환자 등도 치료했다.
2018년에 개원한 이 원장은 국내 골연장술 대표 주자이자, 국제적으로도 몇 안되는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키 크는 수술을 조금이라도 고려해봤다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다.
유튜브 채널의 11만 구독자를 비롯해 직접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까지 의사 개인으로서는 흔치 않은 두터운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성남에 위치한 이동훈연세정형외과를 찾아 이 원장을 직접 만났다.
Q. 뼈를 자르고 키를 키우는 수술이다. 상담이 좀 특별할 것 같다.
쉽지 않은 수술이다. 골절과도 연관 있다. 차이는 골연장술은 일부러 부러뜨린다는 점이다. 부러뜨린 뒤 공간을 만들고, 사이에 뼈가 채워지게 만드는 원리다. 다만 주변 근육, 혈관, 신경들이 같이 늘어나야 한다.
복잡한 수술이며, 회복에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때문에 처음 수술을 맡았을 때는 나 역시 환자 상담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30분 넘게 이야기 한 적도 있다. 왜 수술을 생각하느냐부터 물었다. 일부 환자에겐 정신과를 먼저 갈 것을 권하기도 했다. 요즘도 국외 학회에선 키 연장수술을 원하는 이들은 신체이형장애 (body dysmorphic disorder) 환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환자들이 자기 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어 수술을 원한다는 설명이다.
돌아보면 나 역시 처음엔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았나 싶다.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권하고, 긍정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10년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았다. 이런 식의 접근법이 소용없다는 것을.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이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것은 정신장애라기보다는 콤플렉스에 가까웠다. 성형수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외모 콤플렉스로 오랜 시간 고통을 받던 사람이 수술 뒤 자신감 넘치는 인생을 사는 것처럼 키 문제로 고통받았던 이들이 수술 뒤 훨씬 나아진 인생을 살아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실제로 50살이 넘은 환자분이 자녀 수술 뒤 본인 수술을 원하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이가 들면 힘든 부분들이 분명히 있기에 수술을 말렸다. 그러나 결국 내가 졌다. 환자분 입장에서는 수십년 인생 동안 고민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Q. 장애를 각오하고 수술을 받겠다는 사람도 있던데?
극단적인 경우에는 수술을 안해주면 자살하겠다고 한 환자도 있었다. 어떤 이들에겐 키 콤플렉스가 그만큼 절박한 문제라는 의미다.
일단 병원을 찾았다는 것은 깊은 고민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됐다. 때문에 요즘에는 상담을 할 때는 실질적 해결책 찾기에 집중한다. 다리 비율을 봤을 때는 어떤 부분을 하는 게 좋겠다. 아니면 뼈 굵기나 뼈 크기를 봤을 때 어떤 수술이 좋겠다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다만 예전과는 달리 아이를 데리고 와 수술해 달라고 하는 부모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돌려보낸다. 이 수술은 절대적으로 본인 결정해야 하는 수술이지 부모가 결정해서는 안된다.
Q. 진짜 정신과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지 않나?
물론 실제로 깊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도 있다. 우울증을 키에 투사하면서, 우울의 원인을 키에서 찾는 이들이다. 그런 경우는 키 수술을 해도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걸 구별해내는 게 중요하다. 오랜 시간 환자를 보다보면, 우울증으로 의심되는 환자들은 알아챌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병력을 물어본다. 문제가 있으면 정신과 치료를 우선할 것을 권한다. 해당 치료가 끝난 뒤 다시 수술 필요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훈련 덜 된 의사 뛰어들면 치명적 부작용
키 크는 수술은 한때 일리자로프 수술로도 불렸다. 1951년 소련에서는 시작된 이 치료법은 가브릴 일리자로프 박사가 제2차 세계대전 부상자들을 위한 수술법을 고민하는 와중에 개발됐다. 종아리나 허벅 뼈에 금속 핀이나 나사를 꼽아 뼈에 박은 후 뼈를 절단해 나사를 돌리면서 하루에 1㎜ 정도씩 뼈가 늘어나게 한다. 피부 밖에 고정 장치가 있어 '외고정 사지 연장술'이라 한다. 길게는 1년 정도 뼈를 늘린다. 다만 이같은 수술법은 통증이 심하고 감염의 위험도 높다.
최근에는 뼈 안에 장치를 넣는 이른바 내고정 기술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대표적인 예가 프리사이스(PRECICE)다. 뼈 속에 쇠를 박고 자기장을 이용해 뼈를 연장시키는 방법이다. 이런 기술은 회복 기간은 물론 합병증을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을 줬다. 다만 뼈 속에 고정장치를 설치하는 만큼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키 연장수술의 발달로 이제 정형외과 속 미용 분야의 경쟁은 전세계적으로도 치열해지고 있다. 유명한 의사를 찾아 외국으로 가능 경우도 많다. 물론 국가마다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특히 터키나 인도 등에서 비용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골연장술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드로 패일리(Dror Paley)는 지난해 영국 매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일반 정형외과 의사들이 적절한 경험이나 인프라, 합병증에 대한 인식 없이 자신을 전문가로 마케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감염, 혈전, 관절 탈구 및 배출된 지방이 폐로 들어가는 치명적인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수많은 이들이 끔찍한 부작용을 안고 자신을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원장 역시 전문성과 경험이 검증되지 않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은 뒤 부작용에 시달리던 환자들을 많이 만났다. 한번 잘못된 뼈와 조직을 되돌리는 수술의 경우 난이도가 몇 배는 올라간다. 환자가 입은 정신적 타격 역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이 원장은 토로했다.
Q. 어떤 부작용을 겪은 환자들을 치료했나?
이번 달 유럽 학회에서 강의 주제가 합병증이다. 키 수술 뿐만 아니고 많은 수술이 공통적으로 합병증이 발생 할 수 있다. 수술할 때 생기는 거하고 수술 후에 연장 중에 생기는 것 크게 2가지다. 수술 중에는 뼈가 틀어지는 거다. 정교하게 맞추지 못하는 경우에 생긴다. 최근엔 뼈 안에 쇠기둥을 박아넣는 내고정을 주로 하는데, 수술하고 나서 이 모양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다. 이게 잘못된 줄 모르고 운동을 열심히 하다가 뼈가 틀어지는 경우도 있다.
아주 중요한 신경의 손상이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발목을 못 움직이는 문제가 생긴다. 수술할 때 너무 조직을 거칠게 다루면 뼈 생성이 제대로 안된다. 뼈가 아예 안 생겨서 오시는 분들도 꽤 있다. 이런 경우는 의사나 환자가 원인인 경우도 있다. 다만 대부분 건강한 사람의 경우 뼈 생성에 크게 문제가 없기에 의료진 측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다.
연장할 때 중요한 것은 뼈와 함께 근육이 같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근육이 큰 저항을 하는데, 여기에 무리하게 압력을 가하면 관절에 손상이 간다. 장기적으로 매우 안좋다. 때문에 수술 과정에서 적절하게 근육을 느슨하게 해주는 시술이 필요하다. 그래야 재활을 하는 과정에서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 전문적 기술과 경험이 없어 이런 시술을 제대로 안해면 평생 써야하는 관절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때문에 수술을 받을 의료진을 정말 제대로 선택해야 한다.
Q. 키 크는 수술 상담을 할 때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은?
환자들에게 키 수술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3가지를 항상 말한다. 첫째는 의사의 기술, 둘째는 환자의 꾸준한 재활, 마지막 셋째는 과도하지 않은 목표다. 처음 상담할 때 환자들은 장기적 안정성을 가장 많이 묻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환자들의 목표가 자꾸 높아진다. 가령 6cm에서 6.5cm, 7cm로 넘어가는 식이다. 그러면 다시 되묻는다. 처음엔 장기적 안전성을 그렇게 챙기더니 왜 자꾸 목표를 높이냐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 '알맞은 목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수적으로 보는 게 좋다.
보통 종아리 연장을 하고, 끝나면 계속해서 허벅지 연결해서 연장하는 경우 최대가 10cm라고 보면 된다. 관절과 근육의 안전을 위해서 시간을 가지고 하는 게 좋다. 종아리나 허벅지 한 부위만 하는 경우에는 6cm 혹은 7cm가 가능하지만, 제일 좋은 건 5cm 정도라고 생각한다. 무리하게 하다가 근육이 잘 안늘어나고, 관절이 굳어버린다면 수술이 무슨 소용이 있나?
많이 늘릴 수록 위험은 늘어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최대한 늘리는 것은 수술을 하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간단한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 함부로 결정해서도 안된다고 늘 말씀드린다.
Q. 수술 후 걷기까지 시간은? 수술이 아예 안되는 이들도 있나?
수술마다 좀 다르긴 한데 종아리 부위는 일어서서 걷기 시작하는 게 한 7개월 정도, 허벅지는 한 4개월째부터 걷기 시작할 수 있다. 이후 재활을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결정된다. 동양인의 경우 비율상 종아리가 짧은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환자들의 비율도 많이 바뀌어 허벅지를 하는 게 더 나은 경우도 있다. 무조건 길다고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험많은 의료진과 긴밀한 상담이 필요하다.
동양인의 경우에는 뼈가 지나치게 얇은 이들이 있다. 그런 경우 내고정이 힘들어진다. 때문에 그런 환자들의 경우 리스크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내고정과는 다른 수술방법을 안내한다. 이분들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전신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당뇨 등을 가진 환자들은 더욱 주의를 해야 한다. 또한 자가면역질환을 가진 분들의 경우 복용해야 하는 약들이 뼈의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두 다리 맡길 결심 쉬운 건 아냐…"수술 받는 이에 대한 비난 멈췄으면"
이 원장은 키 연장 수술을 두고 '인생을 바꾸는 수술'이라 부른다. 좋은 식으로 혹은 나쁜 식으로 인생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되면 그야말로 인생이 망가질 수 있다. 이만큼 리스크가 큰 수술이지만, 여전히 받고자 하는 이들은 많다. 마지막으로 키 연장술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 원장은 사회적 인식이 변화했으면 하고 바란다고 말했다.
"키 연장 수술에 대해서는 진짜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 수술을 받는 분들도 이것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분들 별로 없다. 장애가 남을 수 있다는 걸 각오하고 병원에 오는거다. 그 정도로 자신을 던지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그 정도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다라는 의미다."
실제 수술 예약을 잡고도 병원에 오지 않는 환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에서 키 연장수술은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수술이다.
"(환자들은) 수술을 해도 하지 않아도 욕을 먹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엄처난 욕들이 넘쳐난다. 때문에 수술을 받으신 분들은 철저하게 숨기려고 한다. 마치 예전 성형수술과 비슷하다. 이제는 성형수술에 대한 인식이 이전보다는 나아졌듯이, 키 연장수술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