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빛이 왜 그래? 흘려들으면 안 되는 이유
치명적인 암 조기에 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도
얼굴에는 때로 다양한 질병의 신호가 나타난다. 특히 얼굴색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 현상은 췌장암, 담관암 등 소화기에 치명적인 질환이 생겼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황달이 일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담즙(지방의 소화 작용을 돕는 물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할 때 생긴다.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져 쓸개에 저장된다. 음식을 먹으면 저장되어 있던 담즙이 담관을 통해 소장으로 이동해 소화를 돕는다. 담즙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하면 담즙에 있는 빌리루빈 색소가 몸에 과다하게 쌓이는데, 이 때 얼굴에 황달이 나타나게 된다.
췌장이나 담관에 종양이 생겨 담관을 막았을 때도 담즙이 흐르지 못해 빌리루빈이 쌓일 수 있다. 이 경우 문제가 조금 더 심각하다. 황달은 이미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다는 뜻이기에 환자에게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바로 시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이경주 교수는 “일반적으로 황달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는 암을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속하게 황달 증상을 먼저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황달이 있는 환자는 적극적 치료를 실시하면 응고장애, 담관염, 간부전, 패혈증 등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 이 때는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하고 담관과 췌관에 조영제를 주입해 병변을 확인해야 한다. 그 후 막혀있는 담관을 뚫어 담즙이 정상적으로 내려오도록 만든다.
이 과정은 길게는 4주까지 걸릴 때도 있다. 그만큼 암의 결정적인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황달이 나타나지 않는지 잘 살피는 것이 좋다.
다만 황달이 생겼다고 무작정 좌절할 필요는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암’으로 불리는 췌장암과 담관암을 오히려 조기에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몸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췌장암은 발견하더라도 수술이 가능한 환자의 비율이 20%에 불과한데, 췌장암으로 황달이 생긴 환자는 종양이 상대적으로 깊지 않은 위치에 있어 발견과 수술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점도 있다.
이에 이경주 교수는 “황달이 의심될 때 즉시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으면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다”며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달로 인한 얼굴색의 변화는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의외로 바로 알아차리기가 힘들다. 이 때는 황달과 함께 나타나는 다른 기관의 변화에 주목하면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대부분의 황달은 눈의 흰자위부터 시작해 전신으로 퍼지기 때문에, 이 부분을 주목하는 것이 좋다. 소변의 색이 갑자기 진해지는 것도 막혀 있는 담즙 성분이 배출된 것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