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치료 후... 혈압 조절 과하게 했다간
가이드라인 두고 논란
급성 뇌경색 치료 뒤 지나친 혈압 조절이 되레 부정적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혈관이 막혀 뇌의 일부가 손상되는 급성 뇌경색의 주원인은 고혈압, 당뇨병 등으로 인해 혈관에 쌓인 혈전(피떡)이다. 때문에 뇌혈관에 약물을 넣어 피떡을 녹이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약물만으로 치료가 어려울 경우에는 동맥으로 관을 넣어 피떡을 없애는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치료법을 동원한다.
치료 후에도 합병증을 막기 위해 혈압 관리는 필수다. 다만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두고는 최근 다소 논란이 일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치료 후 수축기 혈압을 180mmHg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료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후향적 연구에서 환자의 혈압을 180mmHg보다 더 낮은 140mmHg 등으로 조절하면 오히려 치료 결과가 더 좋다는 보고들이 나왔다.
이처럼 논란이 생긴 가운데,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남효석 교수 연구팀은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은 급성 뇌경색 환자의 혈압을 현행 가이드라인인 180mmHg보다 더 낮게 조절하면 예후가 나빠질 위험이 1.84배 올라간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2020년부터 2년 6개월간 전국 19개 병원에서 급성 뇌경색으로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은 환자 302명을 대상으로 가이드라인 기준보다 혈압을 낮춘 군(목표 수축기 혈압 140mmHg 미만, 155명)과 가이드라인을 따른 군(목표 수축기 혈압 140~180mmHg, 147명)으로 나눠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수축기 혈압을 180mmHg 미만으로 가이드라인을 따른 이들 중 경과가 좋은 경우는 54.4%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혈압을140mmHg 미만으로 조절한 군에서는 이 비율이 39.4%에 그쳤고, 예후가 나쁜 경우는 1.84배 높았다.
남 교수는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치료를 시행한 급성 뇌경색 환자 중 뇌출혈을 막기 위해 혈압을 무리하게 낮추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그런 적극적인 치료가 환자 예후에는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치료 후에는 가이드라인 권고대로 혈압을 180mmHg 미만으로 유지하며 시술 후 인체가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 사업’ 연구비를 지원받아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회지(JAMA)》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