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 “아기 원하는 사람부터 도와주세요”
[김용의 헬스앤]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일할 사람(생산연령인구)은 갈수록 줄고 연금 생활자는 늘고 있다는 점이다. 돈 벌 사람은 사라지고 있는데 90세, 100세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될까? 요즘은 ‘소멸’이란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사라져 없어진다’는 뜻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도 위기 의식은 약해 보인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암울한데, 국회-정부-지방자치단체들의 우선 과제에선 계속 밀리고 있는 것 같다.
올해 2분기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를 또 다시 갈아 치웠다. 합계 출산율도 0.7명(2분기 기준)까지 낮아지면서 올해 연간 합계 출산율은 충격적인 0.6명 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3년 6월 및 2분기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출생아 수는 5만608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62명(6.8%) 줄었다. 역대 모든 분기를 통틀어 가장 적다. 2분기 합계 출산율은 0.701명으로 나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 출산율이 1명보다 낮은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저출산 정책,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
역대 정부는 지난 16년 동안(2006~2021년)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28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률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자체마다 아기를 낳으면 1000만 원을 준다는 식의 홍보 문구를 내걸고 있지만 실효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다. 정말로 아기를 낳고 싶은 사람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이다. 경제적 문제-맞벌이 등으로 인해 늦게 결혼하고 늦게 아기를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이-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난임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저출산 대책의 최우선 과제가 무엇일까? 아기를 낳고 싶어도 난임으로 고통 받는 사람부터 돕는 것이 아닐까? 이들은 스스로 난임 치료에 나서고 있지만 비용이나 시간 부족 등으로 인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해마다 막대한 돈을 쓰는 저출산 예산의 일부만 더해져도 이들의 고민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아이를 낳고 싶어서 열심히 시험관 시술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돈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난임 시술 비용 지원-휴가 확대 필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신문고와 지방자치단체 민원 창구 등에 접수된 예비 부모의 민원 1493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난임 시술비 지원 확대, 난임 시술 휴가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기를 원하는 절박한 마음을 신문고 등을 호소한 것이다. 나도 이 글을 통해 난임 시술비 문제 등을 몇 번 다뤘지만 개선된 게 없는 것 같다.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난임 시술비 지원 요건에서 소득 기준을 없애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난임 지원 기준보다 건강보험료 납입액이 2~3만 원 더 많아 지원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허탈했다”는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다. 힘들게 맞벌이를 해야 살 수 있는 사람들에게 소득 기준은 거대한 장벽이다. 지역에 따라 소득 기준이 들쭉날쭉해서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낀다고 했다.
너무 힘든 난임 치료... 마음의 상처 더 이상 없기를
인공 수정이나 체외 수정 등 난임 치료는 참 힘들다. 체질 개선, 배란 유도 등 준비 기간도 고통이다. 다시는 못할 것 같지만 아기 생각에 다시 몸을 추스린다. 난자 채취에 실패(공난포 발생 등)해 몸도 마음도 지친 상황에서 지원 비용을 다시 반납하라는 연락까지 받으면 엄청난 상처를 받는다. 첫째 아이만 이라도 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직장인의 경우 난임 치료 휴가를 제대로 보장해 달라는 민원도 많았다. 일반 사기업은 1년에 난임 휴가 3일을 제외하면 시간을 내기 어려워 임신 준비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취업 규칙에도 있는 난임 휴가를 쓰기 전에 연차부터 소진하라는 요청을 해와 말 문이 막혔다고 했다.
이제 시간이 없다... 진정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
최근 난임 치료를 위한 휴가를 3일에서 30일로 크게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조속한 통과가 관건이다. 난임 치료는 일정 기간의 사전 준비가 필요한데 인공수정 등 의학적 시술로만 한정해 3일로 정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불만이 많았다. 권익위는 이번 민원을 바탕으로 난임 시술비 지원을 지자체에서 국가 사업으로 재전환하고, 난임 시술비 지원 소득 기준 폐지-건강보험 급여 횟수 확대, 남성 난임 지원 강화 등이 포함된 정책을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에 제안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도 예산 15조4000억 원이 편성됐다고 4일 밝혔다. 아이 돌봄·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 비용 경감, 건강 등 저출산 극복 핵심 분야에 대한 예산이다. 중요한 것은 임신을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 확대다. 돌봄이나 양육 비용 확대는 아기가 태어난 이후의 과제다.
고단한 맞벌이에도 아기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부터 도와줘야 한다. 그들의 열망에 상처를 주고 임신 의욕에 찬물을 끼얹으면 안 된다. 이제 시간이 없다. 국회-정부-지자체 등이 이번에는 정말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