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 파킨슨병·치매에 잘 안 걸린다?

“대립유전자 ‘DR4’ 가진 사람, 5명 중 1명꼴…특히 백신 맞으면 예방 효과 톡톡”

역시 유전이 중요하다. 특정 대립유전자(DR4)를 가진 사람은 파킨슨병은 물론 알츠하이머병(치매)에 걸릴 위험이 더 낮다. 특히 백신을 맞으면 예방 효과가 높을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정 대립유전자(DR4)를 가진 사람은 파킨슨병은 물론 알츠하이머병(치매)에 걸릴 위험이 훨씬 더 낮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런 사람이 파킨슨병·알츠하이머병 백신을 맞으면 질병 예방 효과가 매우 높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팀은 세계 각국의 의료·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한 결과 5명 중 1명이 특정 대립유전자(DR4)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DB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 10만 명 이상, 파킨슨병 환자 4만 명 이상의 데이터가 포함돼 있다.

연구의 제1 저자인 엠마누엘 미그노 박사(신경화학)는 “파킨슨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인자인 특정 대립유전자(DR4)가 알츠하이머병에 대해서도 똑같은 보호효과를 낸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대립유전자는 상동염색체 상의 같은 위치에 있고 같은 형질을 결정하는 한 쌍의 유전자다. 하지만 그 형질은 각기 다르다.

특정 대립유전자(DR4)는 특정 유전자(DRB1)의 숱한 대립유전자 중 하나다. 또 그 자체는 ‘인간 백혈구항원복합체(HLA)’라는 대규모 유전자 복합체의 많은 유전자 중 하나다. HLA는 ‘조직적합성 항원’이라고도 한다. 세포의 내부 내용물을 면역체계에 표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역시 유전이 중요” 재확인…대립유전자 ‘DR4’는 ‘조직적합성 항원’의 일종  

연구 결과 DR4를 갖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평균 10% 이상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가장 흔한 신경퇴행성질환에 속하는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춘다. 특히 해당 질병의 백신을 맞으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큰 예방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을 앓다 숨진 7000명 이상을 부검한 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특정 대립유전자(DR4)를 갖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신경섬유 엉킴(주로 ‘타우’ 단백질로 구성됨)이 훨씬 더 적고 증상도 늦게 나타나기 시작되는 걸로 드러났다.

신경섬유 엉킴은 알츠하이머병의 악화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이는 파킨슨병에서는 일반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나, 특정 대립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환자의 발병 시기가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단백질 분자를 ‘타우’ 단백질이 전체 염기서열에 걸쳐 있는 482개의 펩타이드로 잘게 쪼갰다. 이어 DR4의 단백질 생성물과 함께 별도의 접시에 담아 타우 단백질이 펩타이드에 강력하게 결합하는지 확인했다. DR4는 단일 펩타이드에 특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R4’ 보유자, 뇌에 ‘타우’ 단백질 쌓이기 시작할 때…백신 맞으면 큰 효과 기대

타우 단백질의 특정 부분(PHF6)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아세틸화 때문에 자주 변형된다. 아세틸화는 단백질의 구성 요소 중 하나에 작은 화학 덩어리를 붙이는 것을 말한다. 앞서 아세틸화된 타우 단백질의 특정 부분(PHF6)은 타우 분자가 신경섬유 엉킴으로 응집하는 경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세틸화는 면역체계를 속여 PHF6가 이물질이고 위협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게 함으로써, 면역체계가 초기 신경섬유 엉킴을 공격해 없애도록 유도할 수 있다.

미그노 박사는 “뇌에 타우 단백질의 응집체가 쌓이기 시작하는 사람이 백신을 맞으면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의 발병을 많이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DR4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이 백신의 혜택을 썩 크게 받지 못할 것 같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

스탠포드대는 이 연구 결과와 관련한 특허를 출원했다. 연구에는 프랑스 릴대(University of Lille)등 25개 국의 기관에서 약 160명이 참여했다.

이 연구 결과(Multiancestry analysis of the HLA locus in Alzheimer’s and Parkinson’s diseases uncovers a shared adaptive immune response mediated by HLA-DRB1*04 subtypes)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온라인판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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