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위험, 이젠 침대에서 잡아낸다
웨어러블 기기 통한 수면 뇌파
신체의 다양한 신호를 분석해 건강한 생활을 돕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꾸준히 발전하는 가운데, 알츠하이머 진단을 돕는 기기가 등장했다. 수면 중 뇌의 전기 활동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상용화가 되면 병을 더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팀은 뇌의 전기 활동을 측정하는 간단한 장치를 부착하고 수면을 취하면 알츠하이머 병의 패턴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를 진행했다. 미국 전역에 거주하는 205명의 노인들에게 최소 3일 간 잘 때 장치를 착용하도록 해 깊은 수면 단계에서 기억을 처리할 때 발생하는 뇌파 패턴의 변화를 기록한 것.
연구팀이 이렇게 얻은 수면 뇌파 변화 추이를 뇌척수액,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 CDR), 아밀로이드 베타 값 등과 비교해 실제 알츠하이머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분석한 결과, 수면 뇌파 분석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으로 알려진 경미한 인지 장애를 예측할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 어바인대의 신경과학자 케일런드 쿠퍼 박사는 이에 대해 “알츠하이머의 인지 기능 장애는 결국 신경 회로가 통신하는 방식의 문제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이번 연구는 수면 패턴을 분석했을 때 신경 회로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기존에도 일부 선행 연구가 뇌파 패턴을 분석해 알츠하이머를 예측하고 진단하는 유의미한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증명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에 더해 수면 중 뇌파 분석의 정확성을 입증해 향후 알츠하이머를 더 편리하게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이번 연구의 의미를 평가했다. 또한 “알츠하이머 병의 위험이 없는 경우에도 뇌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용도로 해당 기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다만, 이번에 개발된 웨어러블 기기를 실제 알츠하이머 진단에 사용하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쿠퍼 박사는 “지금은 데이터가 굉장히 부족하다. 마치 하룻밤의 기록을 가지고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간의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 상용화까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알츠하이머협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와 치매(Alzheimer's&Dementia)»에 지난 8월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