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없다! 이럴 거면 왜 썼나"... 블루라이트 안경의 배신
"전자제품 블루라이트 방출 양, 질환과의 상관관계 등 증거 부족"
디지털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난 가운데,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은 시력 보호를 위한 필수품 중 하나로 취급 받아왔다.
시력에 대해 신경을 쓰는 이들이라면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로 제작된, 일명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적어도 한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특히 시력이 좋지 않은 이들은 안경을 맞출 때 일반 렌즈와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 사이에서 고민을 해본 경험이 많을 것이다.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의 가격이 조금 더 비싼 탓이다. 시력이 좋은 사람도 컴퓨터 앞에서 만큼은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쓰는 쓰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많은 이들의 고정관념처럼 블루라이트 안경은 무조건 써야 할까? 일단 전문가들은 블루라이트가 눈 건강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자제품에서 블루라이트가 방출되는 양과 질환과의 상관 관계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배형원 교수는 “블루라이트 자체가 망막신경절세포나 시세포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있지만, 이 결과가 임상적인 연구 결과에서 동일하게 나타날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블루라이트가 우리 눈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임상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객관적인 정보가 부족하다”며 “전자제품의 경우에도 블루라이트가 얼마나 나오는지, 특정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블루라이트는 380~500nm의 파장을 가진 푸른 빛으로 인간의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가시광선이다.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푸른 하늘과 같은 자연의 빛에서도 블루라이트는 있다.
배 교수는 “블루라이트는 자연광에도 존재한다”며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써서 나쁠 것은 없지만 필수는 아니며, 착용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쓰고 컴퓨터를 하더라도 안구 피로 개선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멜버른대 로라 다우니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와 일반 렌즈를 착용한 사람의 시력 피로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우리의 눈이 컴퓨터 화면으로부터 받는 블루라이트의 양은 햇빛으로부터 받는 양의 1000분의 1에 불과하기에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의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 연구팀 측 설명이다.
연구팀은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는 컴퓨터 작업 등을 할 때 눈의 피로를 줄여주지 못한다”며 “시력이나 수면의 질에 미치는 영향과 망막에 끼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눈 건강을 지키려면 일상에서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 더욱 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썼다고 하더라도 전자기기를 장시간 사용하거나 자외선지수가 높은 날 눈을 보호하지 않은 채 야외활동을 하는 등의 행동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응권 연세대 의대 안과 명예교수는 “눈 건강을 지키려면 평소에 간과하기 쉬운 ‘자외선’을 조심해야 한다”며 “눈이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되지 않도록 선글라스나 모자 등을 착용할 것이 권장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