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운반하는 ‘이것’, 피떡 잘 만들어 더 위험?
방치해온 유전성 ‘지질단백질(a)’, LDL콜레스테롤보다 혈전 위험 더 높아…치료제 개발 성공
대부분 유전적으로 물려받는 ‘지질단백질(a)’는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물질이다.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보다 더 끈적끈적해 혈전(피떡)을 만들기 쉽다. 하지만 식단, 운동 및 기타 생활습관 변화 등으로 그 수치를 조절하기 어렵고 뾰족한 치료제도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이처럼 뇌졸중·심장마비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지질단백질(a)’를 표적으로 삼는 ‘먹는 치료제’(경구용 치료제)가 개발됐다.
호주 모나쉬대 연구팀은 나쁜 콜레스테롤에 못지 않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지질단백질(a)’를 치료할 수 있는 먹는 치료제 ‘뮤발라플린(Muvalaplin)’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최근 열린 유럽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다.
지질단백질(a)(Lipoprotein(a), 약칭 Lp(a))는 나쁜 콜레스테롤과 비슷하지만 이보다 점성이 더 강하다. 끈적거림이 심해 혈전을 더 쉽게 만들어 동맥을 막을 수 있다.
지질단백질(a) 수치는 세계 인구의 약 20%에 영향을 미치지만 지금까지 승인된 치료제는 없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고밀도 지질단백질(a) 수치가 30(mg/dl) 이상이면 심장마비, 관상동맥심장병 위험이, 50(mg/dl) 이상이면 허혈성뇌졸중(뇌경색)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연구팀은 임상 1상에서 무작위 배정한 참가자 114명 가운데 지질단백질(a) 수치가 30(mg/dl) 이상인 사람 59명에게 신약 후보 약물인 뮤발라플린 30~800mg 또는 위약(가짜약)을 2주 동안 하루에 한 번씩 복용토록 했다. 나머지 55명에 대해선 단일 용량으로 임상 시험을 따로 진행했다. 전체적으로 114명 가운데 89명은 뮤발라플린을, 25명은 위약을 복용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뮤발라플린을 복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고밀도 지질단백질(a) 수치가 63~65%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뮤발라플린이 몸 안에서 Lp(a)를 형성하는 기능을 효과적으로 방해하는 걸로 분석됐다.
연구의 제1 저자인 스티븐 니콜스 교수(빅토리아심장연구소장 겸 빅토리아심장병원장)는 “지질단백질(a)는 약 60년 전에 발견됐으나, 그 수치를 낮춰 심혈관병 위험을 줄이는 효과적인 치료법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고밀도 지질단백질(Lp(a))을 치료하기 위한 표적 솔루션을 개발해 왔지만, 아직 시판 승인을 받지 않은 주사제만 나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스타틴과 같은 일반적인 LDL콜레스테롤 치료제는 지질단백질(a) 수치를 충분히 떨어뜨리지 못한다. 먹는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등 생활습관을 바꿔도 지질단백질(a) 수치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제대로 갖춘 치료제가 시급히 필요한 이유다.
앞으로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이 수행된다. 연구팀은 뮤발라플린이 다른 혈관 및 판막 질환 치료에도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Muvalaplin, an Oral Small Molecule Inhibitor of Lipoprotein(a) Formation: A Randomized Clinical Trial)는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