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임신... 몰랐던 기저 질환 나오면 큰일
비계획 임신은 위험인자 노출 1.5배 높여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과 함께 결혼 및 출산 연령대가 높아지며 계획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임신 전 검사’를 받으며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임신 초기는 배아가 발생하고 발달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때 약물이나 위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조금준 교수는 “비계획 임신은 흡연, 음주, 약물 등 위험에 노출되는 정도가 약 1.5배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안전하고 건강한 출산을 위해서 반드시 계획을 세우고 임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신 전 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먼저 검사를 통해 모르고 있었던 기저질환은 교정하고, 알고 있었던 만성질환은 경과를 파악해 임신에 적합한 약제나 치료계획으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감염질환에 대해 항체가 형성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없다면 예방접종을 실시할 수 있다. 영양 상태를 파악해 임신에 필요한 영양소가 결핍되지 않도록 보충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임신 전 어떤 항목을 검사할까?
검사는 크게 △가족력 △의학적 조사 △감염 및 예방접종 △영양평가 등으로 구성된다. 가족력 검사에선 부부 각각의 내과 질환, 난임 및 유산 등에 대한 가족력을 조사한다. 특히 유전질환 위험성이 확인되면 보조 생식기술을 이용한 착상 전 유전진단을 상담하기도 한다.
의학적 조사는 임신으로 인해 여성이나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을 찾고 상담하는 단계다. 당뇨, 간질, 자가면역질환, 고혈압 및 심혈관계질환, 신장질환, 암, 우울 및 불안장애 등 만성병 유무를 조사한다. 부인과 초음파로 자궁과 난소의 종괴 여부를 함께 검사한다.
감염 조사에선 수두, 결핵, 거대세포바이러스, 톡소포자충증, HIV, 간염 등 전염병과 임균, 매독균 등 성매개 감염의 여부를 조사하고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마지막으로 영양평가에선 키에 따른 적정 체중 여부와 식습관을 점검하고 건강한 임신을 위해 권장되는 식생활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임신 전 검사항목은 연령에 상관없이 동일하지만, 시기에 따라 조심해야 할 항목은 달라진다. 만 15~19세의 청소년기에는 임신 중 빈혈, 조산, 전자간증 위험이 크다. 또 청소년은 성장과 발육이 임신기간에도 계속되기 때문에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해야 한다.
반면 만 35세 이상의 고령 임신에선 임신성 당뇨병이나 고혈압, 저체중 출생, 전치태반, 태반조기박리 등의 위험이 있다. 특발성 조기 진통과 태아 염색체 이상, 다태임신 및 태아 기형이 증가할 위험이 있어 꾸준한 관리를 받아야 한다.
임신 준비 전 알아야 할 것은?
임신 중에도 반드시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난치성 만성질환이 있다. 면역성 질환(루푸스, 류마티스 등), 신경정신질환(간질, 공황장애, 우울증 등), 심혈관계질환, 호흡기질환, 내분비질환(당뇨, 갑상선기능이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만성질환을 가진 여성들은 질병 자체나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약이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걱정에 임신을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환자도 있다.
그러나 조금준 교수는 “복용 약물의 대부분은 태아의 기형 위험을 크게 높이지 않거나, 다른 약물로 대체가 가능하다”며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면 질환을 관리하면서도 임신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임신 전에 만성질환을 반드시 확인하고 진단받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 교수는 이에 더해 임신을 계획하는 시점 3개월 전부터 엽산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하기도 했다. 엽산은 아미노산과 핵산의 합성에 필수적인 비타민으로, 세포의 분열과 성장에 중요한 성분이다. 특히 태아의 신경관 결손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임신을 희망하는 가임기 여성에게 복용이 권장된다.
조 교수는 “임신 14주까지는 매일 0.4~1mg의 엽산을 복용하는 것이 좋으며, 당뇨나 항경련제를 복용 중인 고위험 산모는 매일 4mg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