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동글한 것만 보면 소름돋아"… '환공포증' 왜 생길까?
환공포증 유발된 이유... 진화론적 관점 2가지 제시
"징그럽다, 소름끼친다, 닭살돋는다, 못보겠다"
작은 동그라미들이 모여있는 무늬만 보면 소름이 끼치는 환공포증(trypophobia)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단순한 원형 무늬일 뿐인데 어떤 원리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일까? 최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심리학 전문가의 설명을 인용해 환공포증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보도한 내용을 소개한다.
환공포증은 둥글다는 뜻을 가진 ‘환’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는 것을 표현한 단어다. 환공포증은 가려움과 메스꺼움을 유발할 뿐 아니라 역겨움과 혐오감을 준다. 성인과 아동, 심지어는 4세에서 5세의 어린 나이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몇 년 동안 환공포증을 연구해온 미국 플로리다 걸프 코스트 대학의 심리학과 피피톤 교수에 따르면, 10~15%의 사람들이 환공포증을 겪는다.
사람들은 위험한 동물의 이미지에 원형 무늬가 있거나 사람의 피부에 원형 무늬가 있을 때 더 강한 공포 반응을 보인다. 이를 토대로, 피피톤 교수를 포함한 연구진들은 환공포증이 생긴 원인에 대해 두 가지 진화론적 이론을 들어 설명했다.
진화론적으로 인간은 독이 있는 생물에 대한 공포와 피부 질환 등의 감염병에 대한 공포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독거미인 타란튤라의 눈이 여덟 개로 모여있는 것과 천연두와 같은 피부 질환에 걸릴 경우 동그란 모양으로 피부 이상이 생기는 것 등에 대한 거부 반응이 그것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원형 무늬를 볼 때 신체가 공포에 대한 반응으로 역겨움과 소름 돋는 등의 증상을 나타내게 됐다는 것이다.
피피톤 교수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감은 독성 생물이나 감염병을 피하기 위한 무의식적 반응이자 적응 반응(adaptive response)일 수 있으며, 이는 학습된 공포 반응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심리적 치료법으로 환공포증이 개선되기 어려울 수 있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가능한 한 이러한 동글동글 원형 이미지를 피하는 것이다.
사실 환공포증을 ‘공포증’이라고 칭하긴 어렵다. DSM-5(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와 같은 정신 건강 장애 진단 기준에 따르면, 특정한 요인으로 인한 공포감이나 불안감이 심각한 고통과 기능 장애를 유발할 만큼 강력해야 공포증으로 진단한다.
반면, 환공포증을 겪는 사람들의 경우 이미지를 볼 때 혐오감을 느끼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따라서 이를 ‘공포증’보다는 ‘혐오감’으로 보는 게 맞다는 설명이다.
◆ 기사 도움 : 최혜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