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스마트 병원, 또다른 ‘무한 가능성’의 장

[김영훈의 참의사 찐병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실시한 한 기상청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59.9%가‘기상청을 신뢰한다,’36.9%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즉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내일의 날씨’가 40%는 틀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기자는 이에 “그 누구라도 ‘내일은 비가 오지 않겠습니다’라고 예보하면 70%는 맞춘다”고 비판했다. 평범한 사람도 기상청의 일기 예보보다 높은 확률로 맞출 수 있다는 비판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비가 내리는 날은 100일이 안 되기에 그 말은 맞는 말이다. 미래 예측이 그만큼 어렵기도 하거니와 자칫 희화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예측과 다른 또 하나는 호언장담이다. 1971년 12월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국가 암 퇴치법’에 서명했다. 그러면서 “암 정복을 위한 십자군 전쟁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5년 이내에 암을 퇴치하겠다고 자신했다. 그 말은 이제 빗나간 ‘미래의 호언장담’의 하나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암은 여전히 사망 원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래를 그린 책 중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아닌가 싶다. 1932년에 헉슬리는 약 600년 후에 펼쳐질 과학 문명을 자못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했다. 아직 2차 대전이 시작되지도 않은 시기에 발표된 그 소설은 상당한 비난을 받았을 것 같은데, 지금도 여전히 읽히고 있다.

그중 인공 수정 출산, 유리병 속에서의 보육(保育), 지능의 우열에 따른 직업과 지위의 결정, 과학적 장치에 따라 개인에게 강제적으로 맡긴 소임, 신경안정제로 고민과 불안 해소 등은 현실화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것에 대항해 인간의 품위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미래를 예측하기란 그만큼 어렵고 책임이 따른다. 앙리 베르그송은 “무한한 가능성을 잉태한 미래와 관련한 생각이, 미래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설령 돌발적 변수로 예측이 빗나간다 해도 우리는 미래를 설정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스마트 병원도 그중 하나다.

미래에 스마트 병원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질병을 예방∙발견∙치료하고,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유지해 나가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스마트 병원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에 따르면 크게 8가지로 나뉜다. △인구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 △만성 질환 위주의 질병 구조 변화 △감염병 유행에 따른 의료 서비스 변화 △보건 의료 비용 증가와 국가 재정 부담 심화 및 병원 운영 한계 △케어의 복잡 성과 환자 참여의 증대 △보건 의료 인력 감소 및 업무 부담 가중 △IoT·인공 지능·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 △의료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 요구 등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같은 추세로 가고 있다.

또한 이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가 된다는 것은 이제 예측이 아니라 상식이 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2030년까지 1269만 명으로 증가하고, 2060년에 이르면 1762만 명으로 인구의 40.1%를 차지할 것이다.

이와 함께 고령자의 의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노인 진료비는 건강보험 진료비의 12.4%를 차지하고, 전체 진료비에서 40.8%를 차지한다. 2060년에는 390조 원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고령 인구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이 병원을 찾는 횟수가 늘어나고 그만큼 개인들의 병원비가 늘어난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급성 질환보다 만성 질환이 증가하는데 이는 국가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은 내원-진단-치료-수술-입원-퇴원-퇴원 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관여할 것이다. 또한 일상에서 디지털 기기의 도움으로 건강을 돌보는 현상도 늘어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곳이 미래 병원이다.

미래 스마트 병원은 다양한 콘셉트에 따라 기능적 역할은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아래 여섯 가지를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1. 감염 상황에 얼마나 철저히 대비하고 있는가?
2. 어느 분야에 강점을 가진 병원이 될 것인가?
3. 환자의 경험 시나리오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4. 우선 도입해야 할 의료 신기술은 무엇인가?
5. 병원 건축과 공간 디자인이 얼마나 진화했는가?
6. 진료과별, 질병에 따른 최상의 동선(Workflow)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김영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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