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유출된 폐암 신약 데이터…‘티라골루맙’ 분위기 반전 맞을까

TIGIT 표적 계열로 주목, 효과엔 잡음...분석 결과 "전체 생존기간 6개월 연장"

[사진=로슈]

다국적 제약기업 로슈가 준비 중인 차세대 폐암 신약(티라골루맙)이 임상 성공 가능성에 파란불을 켰다.

기존 면역항암제와 병용하는 치료전략으로, 폐암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OS)을 6개월 이상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애매한 치료 성적이 나올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결과로 분석된다.

일단, 항암제의 효과를 판가름할 최종 분석 자료는 올해 3분기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치료제가 폐암 발생의 80~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을 겨냥한 만큼 시장 진출에 힘이 실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로슈가 개발 중인 TIGIT 계열 표적항암제 ‘티라골루맙(tiragolumab)’의 비소세포폐암 임상 3상 중간분석 자료 일부가 공개됐다.

회사의 공식 발표는 아니었지만, 자료 일부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그동안 여러 이유로 비밀에 부쳐졌던 임상데이터가 선공개된 것이다. 여기서 티라골루맙을 활용하는 폐암 치료법은 어느 정도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SKYSCRAPPER-01 연구’로 명명된 해당 임상에 관전 포인트는 명확하다. 로슈가 공급 중인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의 효과를 끌어올려 줄 병용 약물로 티라골루맙이 사용된다는 것. 무엇보다 회사가 폐암 환자에 1차 치료 옵션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예상만큼 치료 성적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티라골루맙을 병용하는 폐암 임상의 초기 분석 결과가 공개됐지만, 주요 생존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개선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로슈는 “복합 일차 평가변수를 달성하지는 못했다”고 발표하는 한편, 정확한 수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회사는 올해 초에도 항암제 효과 평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인 전체 생존기간(OS) 지표를 분석해 업데이트했으나, 세부 데이터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로슈는 OS 지표의 중간분석 결과를 근거로, “향후 임상 진행 여부를 결정할 만큼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임상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발표도 없었다.

그러다 최근 해당 임상의 OS 중간분석 결과가 흘러나왔다. 데이터의 유출 경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따르면, 앞서 2월에 진행된 두 번째 중간분석(2022년 11월 종료된 연구 자료 대상) 결과 티라골루맙을 병용한 치료군에서의 OS 지표는 22.9개월(중간값)로 보고됐다. 이는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을 단독으로 사용한 환자군(16.7개월)에 비해 6개월 이상의 생존 연장 효과가 관찰된 것이다.

결국 15.5개월(중간값)을 추적관찰한 임상데이터를 근거로 했을 때, 티라골루맙을 티쎈트릭과 병용할 경우 사망 위험을 19%(위험비 0.81) 감소시킬 수 있다는 얘기였다. 다만, 해당 수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인지는 최종 분석 결과에 달렸다.

업계 관계자는 “중간분석 결과 OS 개선효과는 상당히 좋은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3분기 예정된 최종 분석 결과에 따라 티라골루맙을 폐암 시장에 출시할 수 있을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세부 임상데이터가 치료제의 성공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티라골루맙에 대한 평가가 바뀌지 않을 예정”으로 전했다. 이번 임상 소식이 공개된 직후 로슈의 주가는 4.5%p 상승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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