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도 소용없어?…플라스틱 '독성' 질기다 (연구)

물리화학적 특성 바뀌며 피부 세포 독성 높여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생물의 생분해 과정을 거친 플라스틱은 이전과 전혀 다른 성분을 가진 물질로 바뀌며 피부 세포 독성을 높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세플라스틱이 미생물에 의한 '생분해' 과정을 거쳐도 여전히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팀이 생분해된 미세플라스틱의 생물학적 영향력을 조사해 내린 결론이다.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방석호 교수 연구팀은 미생물을 이용해 나노 플라스틱의 생분해를 유도한 뒤, 분해 이전과 이후 구조를 비교했다. 그 결과 분해를 거치면 크기가 작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화학적 구조 자체가 변형되며 물리화학적 특성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노 플라스틱이 미생물에 의한 생분해를 거치면서 표면전하가 반전되고 입자 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등 이전과는 사실상 다른 특성을 가진 물질로 변하는 것.

플라스틱이 미생물의 분해를 거치며 성분이 바뀌는 과정을 정리한 그림. 논문 본문 발췌 [자료=Chemical Engineering Journal]
연구팀은 분해된 나노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더니 피부표피세포(인체에서 가장 외부와 가까이 노출된 세포)에서 분해 이전 입자에 비해 활성산소와 면역반응을 더 많이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분해 과정을 거친 플라스틱 입자가 세포 독성을 높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자연 상태에서 생분해되지 못하고 토양 및 해양으로 유입된다. 이렇게 자연에 쌓인 플라스틱은 긴 시간 동안 광분해, 풍화작용을 거치며 5mm 이하의 미세플라스틱(또는 1㎛ 이하의 나노플라스틱)으로 부서진다. 미세플라스틱은 수질 정화 시스템으로 거르는 것이 어려워 생태계 오염의 원인이 된다.

최근에는 폐플라스틱을 생분해하는 미생물과 단백질이 발견되며 폐플라스틱 재활용의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는 듯 했지만, 이 역시 미생물의 대사 능력이 제한적이고 분해 과정도 느리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안전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 및 분해에 대한 장기적 대책 마련 필요성이 다시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 역시 “이번 결과는 생분해 플라스틱의 위해성 연구의 초석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일 국제학술지 《화학공학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게재됐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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