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잔 다음날... 커피로 수면 부족 메울수 있을까?
미 심리학자 “무엇으로도 잠을 대체할 수 없어”…카페인, ‘단순’ 주의력 향상엔 도움
숙면은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잠을 푹 자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가뿐해진다. 수면 부족은 몸과 뇌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수면 부족을 메울 수 있는 게 있을까? 잠을 적게 자면서도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미국 미시간주립대 수면학습연구소 킴벌리 펜 교수(심리학)는 최근 호주 비영리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수면 부족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세계적인 전문가 9만 명 이상이 이 매체에 글을 쓴다.
펜 교수는 “수면 부족이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로서 수면 부족의 부정적 영향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이 과연 있는 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면 부족은 기억력, 주의력 등 인지능력을 떨어뜨린다. 펜 교수 연구팀은 잠이 부족한 사람에게 컴퓨터 화면을 모니터링하고 빨간 점이 나타날 때마다 버튼을 누르라는 간단한 과제를 부여했다. 그 결과 이 사람은 밝은 빨간색 점을 알아차리지 못해 0.5초 안에 반응하지 못했다. 잠이 부족해 주의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의력 결핍은 잠을 자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생긴다. 몸이 수면을 취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는 24시간 주기에서 더 흔히 나타난다. 수면 유도법이 복잡한 유형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를 보면 결과가 다소 엇갈린다.
연구팀은 하룻밤 동안 잠을 자지 못하면 다양한 유형의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참가자에게 저녁에 다양한 인지 과제를 풀게 했다. 그런 뒤 일부 참가자에겐 집에 가서 잠을 자게 하고, 일부 참가자에겐 실험실에서 밤새 잠을 자지 않도록 했다. 무작위로 참가자를 배정했다. 집에서 잠을 잔 참가자는 다음날 아침에 돌아왔다. 연구팀은 다시 모든 참가자에게 인지 과제를 풀게 했다.
그 결과 잠이 부족해 주의력에 문제가 생긴 사람은 ‘복잡한 특정 업무(Placekeeping)’에 오류를 더 많이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잡한 특정 업무(Placekeeping)’는 일련의 단계를 건너뛰거나 되풀이하지 않고 순서대로 꼬박꼬박 따라가는 복잡한 능력에 속한다. 기억을 떠올리며 레시피를 따라 케이크를 굽는 것과 비슷하다. 달걀을 넣는 것을 깜빡 잊거나 실수로 소금을 두 번 넣는 일이 없어야 한다.
잠 못 잔 후 커피, 수면 부족 메울 수 있을까?
연구팀은 수면 부족을 메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여러 방법을 테스트했다. 지난 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다면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를 찾는 사람이 많다. 2022년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표본으로 선정된 미국 성인의 90% 이상이 매일 어떤 형태로든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잠을 자지 못한 사람이 커피 등 카페인 성분을 섭취하면 주의력을 유지하고 ‘복잡한 특정 업무(Placekeeping)’에 오류를 덜 일으키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잠을 자지 못한 사람이 카페인을 섭취하면 주의력을 높여 잠을 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성적을 거두는 걸로 나타났다. 물론 잠을 잔 사람이 카페인을 섭취해도 수행능력이 향상됐다. 카페인은 수면과 관계없이 주의력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
그러나 카페인은 잠을 자지 못한 사람이나 잠을 잔 사람 모두에서 ‘복잡한 특정 업무(Placekeeping)’ 오류를 줄여주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이 부족한 사람이 카페인을 섭취하면 ‘단순한’ 주의력 과제를 잘 풀 수는 있지만 ‘복잡한’ 과제는 잘 풀 수 없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수면이 부족한 사람이 카페인을 섭취하면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간단한 게임을 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복잡한 수학시험을 잘 치르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낮잠 자면 잠 보충 될까?
연구팀은 또 부족한 수면을 낮잠으로 보충할 수 있는지 조사했다. 낮잠을 자면 활력과 업무 수행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사람에게 오후 4~6시에 낮잠을 30분 또는 60분 잘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 시간대는 일주기 주기에서 각성도가 낮다. 수면생리 상 각성도가 가장 낮은 시간대는 오후 2~4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낮잠을 잔 사람이 밤새 잠을 자지 않은 사람보다 단순한 주의력 과제나 복잡한 장소 찾기 과제를 더 잘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잠은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사람의 인지 능력에 이렇다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연구팀에 의하면 카페인은 깨어 있는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복잡한 사고가 필요한 작업에는 도움이 전혀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또 짧은 낮잠은 깨어 있어야 하는 밤에 기분을 좋게 할 수는 있지만, 업무 수행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연구팀은 “충분한 수면은 정신과 두뇌에 필수적이며, 수면을 완벽하게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