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수만 명 쫓겨날 수도"…요양시설 기준 변경 논란
임차요양원 설립 반대 목소리…19개 보건·복지 학회 공동성명
정부가 ‘임차요양원’ 설립 허용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학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임차요양원이 노인 주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투기성 자본의 유입이 심화하며 안정적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임차요양원은 토지나 시설을 빌려서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제도로, 이가 공식화되면 토지나 건물을 소유하지 않아도 시설 운영이 가능하다. 현재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살펴보면 10인 이상의 노인요양시설을 설치하려면 사업자는 토지와 건물을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2023~2027)’에서 임차요양원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도심 등 시설 공급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 비영리법인 등에 한해 민간 임차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한국노인복지학회와 한국사회보장학회, 한국장기요양학회 등 19개 학회는 21일 공동 성명문을 통해 “장기요양제도와 공공성을 훼손하고 노인 주거권을 침해하는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임차요양원 제도를 허용하면 노인요양시설 공급자는 매입이 아닌 전세나 장기 리스 등으로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며 “시설의 재정 상태가 악화하거나 시설의 모기업이 갑자기 파산해 노인요양시설이 폐업하면 노인들은 쫓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학회는 이미 미국과 영국 등에서 이미 부작용을 겪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학회는 “임차를 허용한 미국과 영국에서 이미 경험한 사회문제”라며 “특히 영국은 노인요양시설을 750개 보유하고 있던 서던크로스(Southern Cross)라는 회사가 2012년 갑자기 파산하면서 노인 3만 명이 오갈 데가 없는 상황이 생겨 사회적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어 “임차 허용은 손해보험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적은 자본금으로 노인요양시설을 설립할 수 있어 투기성 자본의 유입이 심화할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노인요양시설 연구를 살펴보면 사모펀드와 같은 투기성 자본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공급자들은 수익을 극대화하다가 3~7년 후에는 시설을 매매하고 시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시설 운영기준이 낮아지면 투기를 위한 자본 유입이 가속화하고 시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지 미지수일 것이란 분석이다.
학회는 노인 삶의 질을 높이려면 노인요양 시설보다는 재가 서비스를 중심으로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노인요양은 시설보다는 노인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받는 재가 서비스로 가는 것이 노인 삶의 질을 높이고 재정부담도 줄이는 길”이라며 “정부는 임차요양원 제도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종합적인 장기요양 공공성 증징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