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양제 다 챙겨먹었는데… “간 수치가 두배 높다고?”

체내 축적 간독성 유발 위험 높아, "간에 나쁜 것 피하는 게 더 중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꾸준한 운동과 엄격한 식이요법으로 건강 만큼은 남달리 챙긴다는 50대 A씨. 주변에선 그를 ‘건강 전도사’라고 치켜세울 정도다.

이런 A씨는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고 있다. 그 중에는 간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밀크시슬이나 코엔자임 Q10, 오메가3, 비타민D 등이 여럿 포함됐다. 그는 정해진 복용량과 주기를 따르기보다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시간을 정해 틈틈이 섭취했다.

그런데, A씨는 최근 건강검진을 받다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간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와 간손상이 의심된다는 얘기였다.

당황한 그는 원인을 물었다. 의사는 A씨가 먹고 있는 건강기능식품들을 확인하고, 과다 복용으로 인해 간수치가 상승한 것으로 진단했다. 무엇보다 의사는 건강기능식품의 복용을 즉시 중단하고, 음주와 간에 해로운 음식들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건강에 관한 전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몸에 좋다고 알려진 건강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인체에 유용한 기능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한 건강기능식품들도 잘못된 사용으로 인해 ‘득보다 실’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과 약물 등 모든 것은 간에서 해독작용을 거치게 된다. 특히 약물을 과다 복용하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먹게 될 때 간이나 신장(콩팥)을 손상시킬 수 있다. 현재 수백 가지의 약물이 간 손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러한 문제는 해당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면 어느 정도 회복된다.

그러나 약물의 대사나 배설이 느리게 진행되는 노인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축적된 성분들이 체내에 오래 머무르면서 장기 이곳 저곳에 독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급한 마음에 간에 부담을 줄 정도로 과도한 양을 섭취하기보다는 정해진 용량과 용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차움·강남차병원 한광협 교수(소화기내과)는 “나이가 들면 약을 해독하고 배설하는 간과 신장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며 “장기의 기능 저하를 고려하지 않고 건강기능식품이나 약물을 과다 복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면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여러 진료과를 돌며 중복되는 약제들을 처방받기도 한다”며 “이들 인원에서는 신장 및 간 기능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약물 사용을 신중하게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는 사구체여과율(GFR) 등을 계산해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신장으로 배출되는 약물을 구별해 써야 한다. 또한 약물 대사와 해독 작용을 하는 간 역시 간수치를 감안해 약 처방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간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성분들이 체내에 축적되면 간수치가 높아지게 된다. 간수치는 간의 기능과 상태를 대변하는 지표로, 간세포가 손상되면서 혈액 속으로 빠져나온 효소들의 수치를 측정해 알아볼 수 있다.

간수치에는 SGOT(AST)와 SGPT(ALT) 두 종류가 있으며, ALT는 간손상의 정도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ALT 수치의 정상 범위는 남성은 10~40 IU/L, 여성은 7~35 IU/L이다.

차움·강남차병원 한광협 교수 [사진=차움]
한 교수는 “간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똑같은 용량을 처방하는 사례들도 꽤 있다. 결국 이들은 정상치의 두 세 배 가량을 더 먹게 되는 셈”이라며 “물론 약물은 안전성 마진이 비교적 넓어 배출에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간혹 체내에 축적되는 약들이 있어 간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테면 손쉽게 접하는 비타민의 경우 지용성 비타민 A, D, E 등은 몸에 쌓일 수 있다. 수용성 비타민 B, C가 과량을 먹어도 소변으로 그대로 배출되는 것과는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따라서 지용성 비타민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체내 축적으로 인해 오히려 간 건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건강식품의 변질 문제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건강식품은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과학적으로 기능성이 검증되지 않았을 뿐더러, 적정섭취량이 도출되지 않은 제품을 말한다. 쉽게 말해, 국가 공인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체에 유용한 기능을 가진 원료나 성분으로 인정을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 교수는 “기름진 성분을 즙으로 추출한 제품은 보관이 여의치 않으면 산폐가 진행되는데 이런 종류는 오히려 먹고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며 “유통기한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식품처럼, 건강식품도 제조와 유통 과정을 꼼꼼하게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제품을 과도하게 섭취해 간수치가 올라가게 되면 복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간 건강은 간에 좋은 것을 먹기보다는 나쁜 것을 피하는 게 더 중요하다.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몸에 좋다라는 근거도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끝으로 “여러 약물을 동시에 많이 먹는 경우도 약물 간 상호작용을 잘 따져봐야 한다”며 “약물 성분이 축적돼 생각지도 않은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배출과정에서 간이나 신장에도 과부하가 걸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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