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에 물려 팔이 퉁퉁"... 새로운 감염 박테리아 발견
美 질병통제예방센터에 새롭게 보고된 감염 박테리아
길고양이에 물린 영국의 한 남성으로부터 감염을 일으키는 새로운 박테리아 종이 발견돼 최근 美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보고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과학전문채널 라이브사이언스(LiveScience)에 따르면, 이 사건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8세 한 남성이 길고양이에게 여러 차례 물린 뒤 8시간 후에 양쪽 손이 부어오르는 현상이 발생해 영국의 한 응급실로 향했다.
병원에서는 항생제와 파상풍 백신을 투여해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하루 뒤 왼쪽 새끼 손가락, 오른쪽 중지 손가락, 양 팔 전체 조직까지 깊숙이 감염이 퍼져 팔 전체가 부어오르고 붉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피부 깊은 층에서 발생하는 세균 감염인 봉소염과 힘줄 주위 보호 조직층에 염증이 생기는 건초염의 징후까지 생긴 것이다.
의사들은 환자 정맥에 여러 항생제를 투여하고 감염 부위에서 손상된 조직을 제거했다. 남성은 5일 동안 경구 항생제를 투여 받은 후에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다.
고양이에 물린 보통의 사례와는 다른 증상을 보였기에 과학자들은 무엇이 감염을 일으켰는지 확인하기 위해 환자로부터 채취한 조직을 분석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병원 닉 존슨 박사팀이 이 사례를 분석 결과, 오른쪽 중지 손가락에서 자라고 있던 일부 포도상구균 표피와 연쇄상구균(Streptococcus)과 유사한 유기체를 발견했다. 분석을 통해 해당 유기체가 글로비카텔라(Globicatella) 속에 속하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글로비카텔라 박테리아는 2종이 보고됐다. 혈액, 심장, 중추 신경계, 요로에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G. sanguinis’와 돼지, 소, 양 등 동물만 감염 시키는 ‘G. sulfidifaciens’다. 이 길고양이로부터 새로 확인된 박테리아는 기존 박테리아와의 평균 염기차이율이 20.29%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에 없는 박테리아 종임을 시사하며, 유전자 일부 서열은 美국립보건원에서 운영하는 DNA 데이터베이스 젠뱅크(GenBank)에 제출됐다. 연구진은 이 새로운 박테리아 종이 페니실린을 포함한 다른 항생제에 잘 반응해 치료가 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미국에서는 응급실 방문의 1%가 개나 고양이에게 물려서 발생하고 있다. 그 중 15%는 고양이가 차지한다. 해당 사례를 보고한 연구진은 “고양이가 동물원성 감염의 주요 공급원이기 때문에 고양이의 이빨로부터 상처를 입거나 침에 닿는 것을 주의하라”고 전했다.
고양이에게 물려서도 광견병이나 파상풍 감염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고양이를 포함한 동물에게 물리거나 긁히면 즉시 비누와 흐르는 물로 최소 20분 이상 씻은 뒤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례는 CDC 저널인 “Emerging Infectious Diseases”에 “Soft Tissue Infection of Immunocompetent Man with Cat-Derived Globicatella Species”라는 제목으로 보고됐다.
◆기사 도움 : 최혜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