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암인데 왜 치료법 다를까?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로 치료 효과 높여
약물을 통한 항암치료가 발전을 거듭하며 암 환자들의 생존율과 삶의 질도 크게 개선됐다. 특히 2~3기 이상의 진행성 암 및 원격 전이를 동반한 전이성 암(4기)의 경우에는 전신 약물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때 쓰이는 약물은 ‘세포독성 항암제’,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면역관문억제제)’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한 약물은 세포독성 항암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종류의 세포독성 항암제가 개발됐고, 일부 약물은 현재까지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단점이 있다면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름 그대로 다양한 종류의 세포에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주로 골수나 모발, 장내 상피세포와 같이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에 비특이적으로 작용하며, 설사, 점막염, 구역, 구토 등의 위장관계 증상과 호중구감소 등의 골수 억제, 탈모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시간이 흘러 DNA 구조가 밝혀지고 분자 공학이 크게 발전함에 따라 암세포 발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도 규명됐다. 이렇게 밝혀진 돌연변이는 암 치료에 있어 중요한 표적이 되기 시작했다. 표적치료제의 시대가 온 것이다.
표적치료제는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와 비교했을 때 암세포에 대한 보다 높은 특이성을 갖기 때문에 정상 세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크게 경구 약제인 ‘소분자억제제’와 주사제인 ‘단일클론항체’로 나눌 수 있으며, 각 암 종에서 나타나는 고유의 돌연변이 및 세부 아형에 따라 서로 다른 약제들을 사용한다.
2010년 이후에는 암의 발생과 진행이 인체의 면역기능과 밀접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를 이용한 면역치료가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특히, 면역 활성을 억제하는 T-세포의 수용체 혹은 암세포 표면의 단백질 등을 표적으로 하는 이른바 ‘면역관문억제제’가 개발됐다.
면역관문억제제는 기존의 약물처럼 직접 암세포에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에 대응하는 면역세포의 활성도를 높여 암을 물리친다. 따라서 부작용이 적고 종양에 대한 반응이 다른 약제에 비해 장기간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면역기능 과활성화로 인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렇듯 다양한 종류의 항암제가 있으므로 각 환자별로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예측되는 약제와 조합을 찾아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심지어 같은 암종이라고 하더라도 유전자 돌연변이의 발현 여부 등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전자 정보 분석 기술인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의 중요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오충렬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같은 암종이면 획일화된 약물로 동일하게 치료했던 과거와는 달리,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 결과를 통해 해당 환자의 암 조직에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제를 찾아 투약하는 일이 현실화 되면서 암 환자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치료를 제공하는 이른바 ‘정밀의료’가 점차 실현되고 있다”며 “암이 진단되었더라도 개별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여 치료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절망하지 않고 암 전문 의료진과 치료에 대하여 상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