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항암제 '입랜스', 약물 내성 '한계' 뛰어넘을까?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 연구진, '팔로시클립' 내성 요인 확인
공격적인 유형의 재발·전이성 유방암 환자에 대한 항암치료 생존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항암제를 사용할 때 일부 환자에게서 나타나던 고질적 문제인 약물 내성 반응의 주요 원인을 국내 연구진이 확인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와 삼성유전체연구소 박경희 연구원,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석아·이경훈 교수, 화이자 정옌 칸 박사 연구팀은 유전체 분석을 통해 표적항암제 '팔보시클립'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군의 특성을 규명했다.
팔보시클립(제품명 입랜스)은 호르몬 억제 치료제의 일종으로, 암의 생장에 관여하는 'CDK4'와 'CDK6'라는 효소를 억제한 최초의 약물이다. 재발과 전이가 활발한 HR+/HER2- 유방암 환자들에 활용돼 치료 생존율을 끌어올렸다. 다만, 약물 내성 문제는 뚜렷한 한계로 지적돼 왔다. 개발사인 화이자가 2016년 출시한 후 국제 연구팀 함께 이를 개선하려 시도했지만, 2018년에도 실패한 바 있다.
HR+/HER2- 유방암은 각각 '에스트로겐 호르몬 수용체'엔 양성(활성) 반응을,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엔 음성을 보인다. 국내 환자의 6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한 유방암 종류로, 최근에는 완경기 이전의 비교적 젊은 환자에 대한 발병률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다만, 투약 환자의 4명 중 1명꼴로 해당 약물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내성이 있기도 했다. 이에 연구진은 두 병원에서 2017~2020년 관련 치료를 받은 재발·전이 유방암 환자 89명의 종양 조직을 NGS(전장 유전체 분석) 방식으로 검사했다.
이들 환자의 평균 연령은 45세였으며 72%에서 암이 진행했다. 무진행생존(PFS) 기간은 평균 15개월이었다.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 결과에서 약물의 내성을 보인 환자의 분자적 특징이 치료 전후 달라진 것을 확인했다.
세포 내에서 손상된 DNA의 수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인 △상동 재조합 결핍(HRD)이 가장 중대한 요인이었다. HRD는 유전성 유방암의 원인인 돌연변이 유전자(BRCA1과 2 유전자)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치료 전후 발생한 종양 돌연변이(에스트로겐 반응으로 인한 유전체 반흔·Genomic Scar) 등도 약물 내성과 병 진행에 영향을 줬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종양 증식 억제에 관여하는 'TP53 유전자'의 변이가 높은 수준의 HRD 상태와 겹치면서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촉진한다고 해석했다. 실제로도 해당 환자군은 변이가 없는 환자군보다 암의 진행 위험도가 16.3배나 높았다. 그만큼 항암치료 후 유방암의 재발 혹은 전이가 빠르게 일어난 것이다.
연구팀은 "이전에는 CDK4/6 억제제 사용이 필요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환자를 구분하기 위한 지표가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시름을 덜 수 있도록 후속 연구에서 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 전략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HR+/HER2- 전이성 유방암에서 HRD가 내성 원인임을 밝힌 최초의 전향적 연구로 국제 학술지 '게놈 메디신' 최근호에 발표했다. 최종 발표에 앞서 2020년 샌안토니오유방암심포지엄과 2021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도 포스터 발표로 일부 내용이 공개돼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