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수술로 고친다? "섭취량 90% 줄어"
영장류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파킨슨병 치료에 사용하는 수술적 치료법으로 만성적 과음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뇌의 도파민 보상 경로를 재설정하는 유전자 치료의 한 형태이다. 인간이 아닌 영장류를 대상으로 이뤄진 새로운 연구는 심각한 알코올 사용 장애에서 90% 이상의 음주 감소를 보여주었다.
미국 오리건대 보건과학대와 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대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세포 성장을 유도하는 특정 유형의 분자를 이식함으로써 과음 성향이 있는 동물의 뇌의 도파민 보상 경로를 효과적으로 재설정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알코올 사용 장애의 가장 심각한 경우에 이같은 치료 절차가 유용할 수 있다는 것.
이식된 바이러스는 해롭지 않으며, 뇌유래 신경영양인자 즉 GDNF로 알려진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연구팀은 이를 물에 희석된 에탄올을 많이 마시는 붉은털원숭이의 뇌 특정 영역에 주입했다. 4마리의 원숭이가 시술을 받은 뒤 대조군보다 음주 소비량이 90% 이상 줄었다.
공동 수석 저자인 오리곤대 국립영장류연구센터 캐슬린 그랜트 박사는 “놀랄 만큼 효과적이었다”면서 “음주량이 거의 0수준으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원숭이들은 몇 달 동안 계속 술 마시는 것을 완전히 피하고 물을 마셨다”면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나오지 않을 만큼 음주량이 줄었다”고 했다.
GDNF는 세포가 빠르게 증가하도록 자극하는 성장인자로 알려져 있다. 이는 뇌에서 분비되는 기분 좋은 화학물질 도파민을 합성하는 뉴런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알코올 사용장애의 경우, 만성적 음주는 도파민의 분비를 감소시킨다.
그랜트 박사는 “도파민은 행동을 강화하고 사람들이 특정한 일을 즐겁게 생각하는데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급성 알코올 사용은 도파민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만성적 음주를 하면 뇌는 도파민 분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적응한다. 그는 “사람들이 알코올에 중독됐을 때 음주에서 더 많은 즐거움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이들은 만취 상태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에 더 많이 마시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도파민이 자리한 뇌 영역에 GDNF를 전달함으로써 도파민을 강화했다. 이번에 쓰인 절차는 파킨슨병을 앓는 성인 환자와 움직임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희귀 유전질환을 가진 어린이에게 이미 활용되는 치료법이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그랜트 박사는 “유전자 치료를 받은 원숭이들은 지속적으로 도파민을 과발현하기 시작했고 음주량을 대폭 줄였다”고 말했다.
이는 수술을 통해 뇌를 영구적으로 변화시키는 치료법이므로, 가장 심각한 형태의 알코올 사용장애의 사례에 쓰임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그랜트 박사는 “이는 모든 정상적 치료법이 전혀 효과가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할 것”이라면서 “이들은 음주로 인해 자신이나 남에게 심각한 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연구는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됐다. 원제는 ‘GDNF gene therapy for alcohol use disorder in male non-human prima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