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살아도 '이것' 노출되면 치매 위험 더 높다

산불과 살충제 살포로 인한 초미세먼지와 치매 연관성 더 높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농촌지역에 산다고 해도 산불이나 살충제 살포로 인한 대기오염에 노출될 경우 치매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14(현지시간) 《미국의학협회저널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CNN이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1998~2016년 설문조사에 응한 미국 전역의 50세 이상 성인 27857명의 건강 데이터를 조사했다. 미국에서 다양한 배출원의 입자오염이 치매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에 대한 최초의 전국적 연구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조사 당시 치매에 걸리지 않았던 이들 중 15%4105명이 연구기간 동안 치매에 걸렸다. 치매에 걸린 사람은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특히 농업 및 산불로 인한 대기오염이 발생한 지역과 치매의 연관성이 가장 강력하게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러한 연관성은 현재 미국의 국가 대기 질 기준보다 낮은 오염 수준에서 관찰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PM 2.5로 불리는 초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가 2.5μm(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먼지를 말한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고체와 액체 방울의 혼합물(에이로졸) 형태로 먼지, 흙먼지, 그을음 또는 연기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초미세먼지는 석탄 및 천연가스 화력 발전소, 자동차, 농업, 비포장 도로, 건설 현장, 산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 관련한 대부분의 이전 연구는 주로 화석 연료로 인한 초미세먼지오염에 집중됐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에서 치매와 연관성은 교통 및 석탄 연소 같은 요소보다 농업 및 산불과 관련된 초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강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책임자인 미시간대 공중보건대학의 사라 두보스키 아다르 교수(역학)는 “농업과 산불 두 가지 요소가 가장 강력한 것으로 조사돼 우리 모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돌이켜 보면 우리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는 사실과 농업에서 많은 살충제가 사용된다는 사실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살충제는 동물에게 신경 독소이기 때문에 농업 오염의 입자가 인간의 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산불의 경우 연기는 나무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집과 주유소 같은 시설도 태워 사람들이 흡입하는 초미세먼지 오염을 발생시킨다.

이런 초미세먼지 오염이 특히 치명적인 이유는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 정도로 매우 작아 인체의 일반적인 방어 체계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숨을 내쉴 때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폐 깊숙한 곳에 붙어 있거나 혈류로 들어갈 수 있다. 초미세먼지는 자극과 염증을 유발하고 호흡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초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암, 우울증, 호흡 문제 및 다양한 심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55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매년 1000만 명 이상이 치매에 걸리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비만, 흡연, 고혈압 같은 기타 건강 문제로 인해 그 수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알츠하이머병협회(AA)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대기 오염 수준과 치매 사례 증가를 심각한 공중 보건 위기로 간주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연구는 초미세먼지 오염과 치매를 연결하는 정확한 메커니즘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연구진은 몇 가지 이론을 제시했다. 초미세먼지가 코를 통해 뇌로 들어가 치매와 관련된 신경 세포 사멸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뇌에 작용하는 염증성 단백질을 변형시킬 수도 있다.

논문을 검토한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UC어바인)의 가타자와 마사시 교수(환경 및 산업 보건 학)는 공기오염이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측했다. 예를 들어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심장병과 혈관 문제가 발생하는데 두 가지 모두 알츠하이머병과 치매의 위험요소가 된다. 그는 “심혈관 장애로 인해 뇌에 산소 공급이 줄어들어 치매가 가속화되는 것인지 아니면 미세먼지가 뇌에 들어가 신경 독성 반응을 일으키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의 케일럽 핀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화석 연료에서 나오는 공기 입자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의 아밀로이드 단백질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 그는 “전반적으로 초미세먼지와 치매의 연관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연구에서도 특정 공해와 치매 사이에 비슷한 연관성이 발견됐다. 660만 명의 캐나다인을 대상으로 한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주요 도로에서 50m 이내에 거주하는 사람은 그보다 초미세먼지 수치가 최대 10배 낮은 300m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7% 더 높았다.

2018몀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연간 대기 오염 농도가 가장 높은 곳에 사는 성인은 가장 낮은 곳에 사는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1.4배 높았다.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대기 오염에 노출된 여성노인은 낮은 수준의 오염에 노출된 여성노인보다 인지 테스트에서 더 나쁜 성적을 보였다. 또한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의 영향을 받는 뇌 영역이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국가에서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법과 인센티브를 만들었지만 거의 모든 전 세계 인구가 WHO의 대기 질 제한을 초과하는 공기를 마시고 있다. 또 기후 위기로 인해 ‘매우 건강에 해롭거나 위험한’ 대기질의 일수가 수년에 걸쳐 증가했다. 2019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11년 미국에서만 이러한 대기오염에 노출돼 조기 사망한 사람이 107000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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