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비만 신약 경쟁...약물 표적·투약법 다변화

릴리, 주사제·경구제 임상 확대...국내사도 다중 표적약 개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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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 분야에 약물의 작용 부위와 투약법을 다변화한 신약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당뇨병과 비만약 분야에 선두권 기업으로 평가받는 일라이 릴리가 약물 표적 부위와 투약 방식을 달리한 신약을 활용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GLP-1 작용제 계열 신약 3종에 대한 임상 평가를 본격화하면서 강력한 체중 감소 효과를 검증받는 분위기다.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주사제와 복용법이 간편한 알약 제형으로 투약 방식을 다변화해 개발이 진행된다는 데 관심이 쏠린다.

최근 릴리는 GIP 및 GLP-1 수용체에 이중으로 작용하는 비만약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에 이어 주1회 GLP-1 주사제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와 경구제 '올포글리프론(orforglipron)' 성분 제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레타트루타이드 성분은 국내 임상평가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해당 후보물질은 제2형 당뇨병에 이어 비만약 승인 신청을 준비 중인 마운자로의 후속 신약으로 평가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7월 비만 또는 과체중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잡은 레타트루타이드의 임상 3상 'TRIUMPH-2 연구'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임상에는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세브란스병원, 울산대병원, 한양대구리병원, 고대안산병원, 영남대병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주사제인 레타트루타이드의 작용 방식이다. 이 치료제는 선발 품목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나 마운자로와 동일한 GLP-1 유사체 작용제 계열 신약으로 분류된다. GLP-1 계열 치료제는 장 내벽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을 모방해 개발된 것으로, 음식물의 소화를 늦추고 뇌의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에 효과를 보인다.

특히, 레타트루타이드는 체중 감소와 관련된 GIP 및 GLP-1, 글루카곤 수용체 등 세 가지 표적 부위에 동시에 작용한다. 그만큼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당뇨병학회(ADA) 연례학술대회에서 공개된 레타트루타이드의 치료 성적표는 유례없는 수치를 기록했다.

임상 2상을 분석한 결과, 레타트루타이드 12mg 용량을 투약한 환자들에선 치료 48주(1년) 뒤 최대 24.2%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고했다. 이는 비만약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낸 마운자로(최대 22.5% 감량)의 임상 결과와도 비교되는 수치다.

또한 레타트루타이드는 일부 환자가 아닌, 치료제를 복용한 전체 환자들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관찰됐다는 부분이다.

최근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레타트루타이드와 올포글리프론 등의 비만약 후보물질은 기존 치료제에 비해 체중 조절 및 약물 제형, 가격적인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위고비나 마운자로와 같은 주사제는 제품 생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먹는 GLP-1 치료제인 올포글리프론 등과 같은 약물은 상대적으로 약값이 저렴해 경쟁력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국내사도 다중 표적약 개발 경쟁에 합류한 상황이다. 대원제약은 바이오 벤처기업 팜어스바이오사이언스와 GLP-1 및 GIP, GCG에 작용하는 다중 표적기전의 비만 신약 개발을 시작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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