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근무자 수면 문제... "몰아 자기보다 이렇게"
삼성서울병원·KAIST 연구진, 모바일 앱 개발 중... 산업재해 예방 기대
밤낮이 바뀐 교대근무자들은 질 높은 수면을 갖기 어렵다. 몰아서 잔다든지 잘 시간이 아닌데 억지로 잔다든 지 등의 불규칙한 생활이 이어지면 인체의 생체시계도 망가지기 쉽다. 이 가운데 교대근무자들이 잠을 몰아서 자는 것보다 최소한이라도 근무 직전에 낮잠을 자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주은연 교수,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등으로 이뤄진 공동연구진은 교대근무자들의 불규칙한 생체리듬을 예방하기 위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수면 패턴을 밝혀내 최근 국제 학술지 'SLEEP'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교대 근무자들의 근무 전후 각성도와 웨어러블 장치를 이용해 수면 패턴을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수리 모델을 개발했다. 해당 모델은 매 순간 각성도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원하는 시간대에 높은 각성도를 유지할 수 있으면서도 실천이 쉽고 유연한 '수면 패턴'을 밝혀냈다.
여러 수면 패턴을 비교한 결과, 야간 근무 직전 혹은 직후에 몰아서 잠을 자거나 억지로 생체리듬을 맞추려는 노력은 효과가 작았다. 대신, 근무 직후에는 일주기 리듬에 맞춰 최소한이라도 우선 잠을 잔 후 야간 근무 직전에 충분히 낮잠을 자는 게 근무 효율에 더 효과적이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를 '적응형 생체 분할 수면' 방법이라 한다. 개개인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수면 일정을 조절할 수 있어 실생활 적용도 쉽다. 연구팀은 이를 실생활과 노동 현장에서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오는 9월까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수면 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올 하반기에는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교대 근무자들의 노동 시간과 수면 패턴에 따라 변화하는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과 수면 압력을 정확히 시뮬레이션해 예측하는 방식이다.
삼성서울병원 주은연 교수와 KAIST 김재경 교수는 "교대근무와 불규칙한 생활로 발생하는 수면장애를 해결하는 데 가장 최적화된 수면 중재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향후 수많은 교대 근무자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대근무자들의 불규칙한 수면 패턴은 업무 효율성을 낮출 뿐 아니라 산업재해 위험성도 높아, 해결 방안에 대해 업계에서는 큰 이슈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국내에선 약 20%의 노동자가 주야간 교대근무를 수행한다. 야간 근로와 교대 근무 등으로 인한 수면 부족은 살충제 성분인 'DDT'와 같이 '2군 발암물질'에 속한다. 생체리듬을 교란이 간접적인 암 발병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